스코틀랜드 위스키만 마시다가 처음 일본 위스키를 접했을 때, 솔직히 좀 놀랐다. “이게 일본에서 나온 거라고?” 싶을 정도로 완성도가 높았는데, 그 첫 경험이 닛카 타케츠루 퓨어몰트였다. 스카치와는 분명히 다른데 어디서 뿌리가 이어져 있다는 느낌, 그러면서도 일본 특유의 깔끔하고 정제된 감성이 묻어나는 독특한 위스키였다.
닛카 증류소 소개
- 창업자: 타케츠루 마사타카. 1918년 스코틀랜드에서 위스키 양조를 배우고, 산토리에서 야마자키를 함께 세운 뒤 독립
- 증류소: 1934년 홋카이도 요이치(묵직, 피티) + 1969년 미야기쿄(가볍고 우아). 이 두 원액의 블렌딩이 타케츠루 퓨어몰트
- 현황: 일본 위스키 붐으로 수급 불안정. 12년/17년/21년 전부 단종, 현재 NAS만 남아있다
이 위스키의 탄생 배경
“퓨어몰트”는 요즘 말로 “블렌디드 몰트”다. 요이치의 피티하고 묵직한 원액과 미야기쿄의 프루티한 원액을 블렌딩한다.
NAS 버전을 열화판으로 보기는 어렵다. 숙성 연수 표기가 사라진 대신 블렌더들이 원액 비율을 더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게 됐고, 이 가격에 이 퀄리티면 여전히 할 말이 많은 위스키다.
닛카 대표 라인업
닛카의 라인업은 두 증류소의 싱글 몰트와 블렌디드 라인으로 나뉜다.

- 타케츠루 퓨어몰트 - 오늘의 주인공. 요이치 + 미야기쿄 블렌디드 몰트
- 닛카 프롬 더 배럴 - 51.4% 캐스크 스트렝스급 가성비 명작
- 요이치 싱글 몰트 - 석탄 직화 증류, 피티하고 묵직한 스타일
- 미야기쿄 싱글 몰트 - 가볍고 프루티한 스타일
- 닛카 코피 그레인 / 코피 몰트 - 카페 스틸 증류. 버번에 가까운 달콤함
닛카 타케츠루 퓨어몰트 테이스팅 노트
요이치와 미야기쿄, 두 증류소 원액이 만나는 지점.

향 (Nose)
가장 먼저 올라오는 건 상큼한 사과 향이다. 풋사과보다는 잘 익은 부사 사과에 가까운 느낌. 거기에 시트러스의 산뜻함과 꿀의 부드러운 단맛이 섞여서 첫인상이 아주 밝다. 바닐라의 크림 향도 은근히 깔려있고, 살짝 꽃향기 같은 게 코끝에 스친다. 그리고 요이치 원액에서 온 것으로 보이는 미세한 스모키함이 배경처럼 깔려있는데, 이건 정말 집중하지 않으면 놓치기 쉬운 수준이다. 전체적으로 깔끔하고 맑은 향인데, 이 “깔끔함”이 일본 위스키의 특징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맛 (Palate)
첫 모금에 느껴지는 건 부드러움이다. 스무스한 질감이 입 안에 부드럽게 퍼지면서, 과수원 과일 - 사과, 배 - 의 맛이 올라온다. 토피의 달콤함이 중간에 끼어들고, 마일드한 피트 스모크가 아주 가볍게 존재감을 드러낸다. 화이트 페퍼의 살짝 매콤한 스파이스가 단맛과 좋은 대비를 만들어주고, 클린한 몰트의 캐릭터가 전체를 관통한다.
타케츠루 퓨어몰트의 매력은 이 밸런스에 있다. 어느 하나가 튀지 않는다. 스모키함은 있되 가볍고, 단맛은 있되 과하지 않고, 스파이스는 있되 거슬리지 않는다. 이게 스코틀랜드 위스키와 가장 다른 점이라고 생각하는데, 예를 들어 맥캘란 12년 셰리오크가 셰리 캐스크의 강렬한 개성을 앞세운다면, 타케츠루는 조화와 절제를 선택한 위스키다.
피니시 (Finish)
피니시는 미디엄 정도. 깔끔하게 마무리되는 편이다. 젠틀한 스모크가 은은하게 남으면서 과일의 달콤한 여운이 입 안에 머문다. 뒤끝에 비터 초콜릿 같은 약간의 쓴맛이 살짝 얼굴을 비추는데, 이것도 아주 절제돼 있어서 불쾌하지 않다. 오히려 이 쓴맛이 있어서 피니시가 단조롭지 않게 마무리된다. 라가불린 같은 긴 피니시는 아니지만, 깔끔하게 끝나면서도 여운은 확실히 남기는 - 일본 위스키다운 피니시라고 할 수 있다.
타케츠루 퓨어몰트에 어울리는 안주
- 야키토리 (닭꼬치) - 일본 위스키답게 간장 양념 꼬치구이와 밸런스가 좋다. 현지에서도 대표적인 페어링
- 회 / 사시미 - 다케츠루의 깔끔한 피니시가 생선회의 담백함을 살려준다
마치며
닛카 타케츠루 퓨어몰트는 일본 위스키가 뭔지 궁금한 사람에게 가장 먼저 권하고 싶은 병이다. 산토리 히비키가 블렌디드 위스키의 정수를 보여준다면, 타케츠루는 일본 몰트 위스키의 정수를 보여주는 제품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NAS라는 것. 과거의 타케츠루 17년이나 21년을 맛본 사람들은 현재 NAS 제품에서 아쉬움을 느낄 수도 있다. 원액 수급 문제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겠지만, 그래도 NAS 제품의 완성도는 충분히 인정할 만하다. 이 가격대에서 이 정도 퀄리티를 보여주는 일본 위스키를 찾기는 쉽지 않으니까.
음용 방식은 니트가 기본이고, 일본식 미즈와리(물타기)도 좋다. 위스키와 물을 1:1이나 1:2 비율로 섞어 마시는 건데, 타케츠루의 섬세한 풍미가 오히려 더 잘 열리는 경우가 있다. 하이볼로도 훌륭한데, 일본에서 위스키 하이볼이 그렇게 인기 있는 이유를 바로 이해하게 될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