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산 아부나흐 셰리 에디션을 배치 84와 비교해서 먹으면 어떨까 궁금했다. 굉장히 오랜만에 비교 시음을 해봤다. 아부나흐를 아란 셰리 캐스크와 붙여본 적은 있어도, 아부나흐끼리 나란히 놓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블라인드로는 구분하기 어려울 것 같아서, 그냥 단순 비교 시음만 했다.
배치 84와 에디션 1은 다른 제품이다
이름이 비슷해서 같은 줄로 보기 쉬운데, 둘은 별개다. 배치 84는 배치 번호가 계속 도는 정규 라인이고, 셰리 캐스크 컬렉션 에디션 1은 정규 배치와 별개로 신설된 한정 컬렉션이라고 한다.
| 항목 | 배치 84 | 셰리 에디션 1 |
|---|---|---|
| 도수 | 61.2% | 56.2% |
| 캐스크 | 퍼스트필 올로로소 셰리 버트 100% 풀 숙성 | 퍼스트필 셰리 숙성 후 올로로소ㆍPX 피니시 |
| 필터링 | 논칠필터 | 논칠필터, 자연 색상 |
도수 차이는 정확히 5%P. 캐스크 쪽은 84가 올로로소 한 종류로만 끝까지 가고, 에디션 1은 마지막에 올로로소와 PX(페드로 히메네스)로 한 번 더 옮겨 추가 숙성한다는 점이 다르다.
잔량도 개봉 시점도 달랐다
공정한 조건은 아니었다. 84는 연 지 오래됐고 반 병밖에 안 남은 상태고, 셰리 에디션은 연 지 얼마 안 됐다. 에어레이션은 84가 한참 유리하다. 이 조건 차이가 뒤에 나오는 인상에 얼마나 영향을 줬는지는 나도 딱 잘라 말하기 어렵다.
두 잔을 번갈아 마셨다

향
배치 84가 도수가 5% 정도 높긴 하지만 오픈한 지 시간도 꽤 지났고 반 병밖에 안 남았는데도, 알콜이 더 치는 느낌이다.
둘 다 쿰쿰하기보단 살짝 밝은 느낌의 강한 셰리가 있고, 몰티한 인상도 적지 않아서, 단순히 ‘무식하게 셰리 폭탄인 위스키’라기보단, 적당히 균형 잡혔지만 셰리에 무게를 더 준 밸런스가 잡힌 위스키의 느낌이 있다.
굳이 따지자면 셰리 에디션이 조금 더 셰리가 진한 느낌. 배치 84는 오렌지 같은 시트러스함이 살짝 묻어나온다.
맛
배치 84부터 먹었다. 입 안에 넣자마자 향과는 다르게 굉장한 바디감이 느껴지고, 스파이스와 다크초콜렛이 치고 올라온다. 입에 꽤 오래 머금고 있어도 스파이스는 유지되는 편.
아부나흐 셰리는 일단 스파이스의 강도부터 다르다. 오픈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이미 맛이 어느 정도 정리되는 느낌. 물론 스파이스가 없는 건 아니다.
다만 아부나흐 ‘셰리’라는 이름과는 다르게, 단 맛은 아부나흐 배치 84가 더 강한 느낌. 바디감도 그렇고. 그래도 편하게 먹기에는 아부나흐 셰리가 더 나았다. PX 셰리 추가 숙성 탓인지, 입에 털어넣었을 때는 셰리의 쿰쿰함도 적당히 느껴졌다.
피니시
배치 84의 경우 굉장히 묵직하고, 향에서 느껴졌던 밝고 화사한 셰리보다는, 어두운 오크향이 지배적인 느낌. 다만 아주 약간의 황 노트가 살짝 느껴지긴 한다. 거슬리는 정도는 아니고, 아 셰리는 그럴 수 있지 하면서 넘어갈 정도의 수준으로. 이런 황은 셰리 캐스크 위스키를 마실 때 자주 마주치는 노트라 이제는 크게 신경이 안 쓰인다.
아부나흐 셰리의 경우 조금 더 끈적하고 쿰쿰한 셰리향이 지배적으로 느껴졌다. 둘 다 전반적으로 향에서 느껴졌던 밝은 느낌보다는, 피니시가 굉장히 무거워진 톤으로 바뀌었다.
가격 차이가 거의 10만 원
조금 더 밝은 향을 가진 건 아부나흐 배치 84. 묵직하면서 부드러운 맛을 원한다면 아부나흐 셰리. 직관적인 단 맛은 배치 84. 피니시는 둘 다 비슷한 느낌이다.
셰리 에디션은 원래 가격으로 치면 23만 원대고, 배치 84는 마포글로벌마트에서 14만 중반에 샀다. 가격 차이가 거의 10만 원인데, 이 정도면 그냥 아부나흐 배치를 구매할듯 싶다. 브리딩이 잘 된 탓일 수도 있겠지만 다이나믹하게 큰 차이도 없었고, 10만 원 차이 + 알성비로 따지면 굳이 아부나흐 셰리를 살 필요가 없을 듯하다.
물론 밸런스는 아부나흐 셰리가 낫긴 하지만, 10만 원의 가격 차이를 극복하기엔 무리가 있어 보인다. 내 셰리 에디션은 우성그린마트가 크게 할인할 때 179,800원에 집어온 거다. 그래도 할인을 크게 할 때 구매해서 다행이지.
댓글 0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첫 댓글을 남겨 주세요.
로딩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