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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 시음] 아란 셰리 캐스크 vs 아벨라워 아부나흐 84

위린이 위린이 ㆍ수정 5 mins read
[비교 시음] 아란 셰리 캐스크 vs 아벨라워 아부나흐 84

오픈한 지 두 달쯤 된 아란 셰리 캐스크아벨라워 아부나흐 배치 84가 비슷한 잔량으로 남아 있길래, 두 잔을 나란히 놓고 한 모금씩 왕복했다. 둘 다 고도수 셰리 캐스크라서 결이 비슷할 줄 알고 시작한 자리인데, 막상 같이 마시니 비교가 좀 민망할 정도로 차이가 벌어졌다.

가격대도 같이 적어둔다. 아란은 트레이더스에서 10만 원 언더, 아부나흐 84는 마포글로벌마트에서 15만 원 언더. 구매가 기준으로 5만 원 차이다.

왜 이 두 병인가

고도수 셰리 위스키를 떠올리면 보통 글렌알라키 10년 CS, 아부나흐, 그리고 한 발짝 떨어진 자리에 아란 셰리 캐스크 정도가 후보로 떠오른다. 셋 다 올로로소 셰리 캐스크에 캐스크 스트렝스를 끼얹은 구조라 가격대만 다를 뿐 결은 비슷할 거라고 막연히 생각했다.

캐스크 사이즈(혹스헤드 vs 버트)와 도수에서 이미 갈리지만, 같은 “고도수 풀 숙성 셰리”라는 큰 카테고리 안이라 비교가 성립한다고 봤다.

아란 셰리 캐스크 vs 아부나흐 84 비교표

항목 아란 셰리 캐스크 아부나흐 배치 84
캐스크 퍼스트 필 올로로소 혹스헤드 퍼스트 필 올로로소 버트
도수 55.8% 61.2%
향 방향 가벼운 셰리, 한라봉, 미세한 황 시트러스, 가볍고 달달한 오렌지
맛 방향 달달함 일변도, 깊이는 부족 스파이스 + 점진적 단맛, 두툼한 바디
피니시 향의 결 유지, 약한 다크초콜릿 묵직, 진한 오크, 복합적
바디 가볍고 단정 묵직하고 점성 있음

도수 차이는 5.4%P. 숫자로는 그저 그런 차이로 보이는데, 입에서 받는 무게에는 그보다 더 큰 격차가 있었다.

비교 시음 - 향

아란 셰리 캐스크와 아벨라워 아부나흐 배치 84 비교 시음

먼저 아란부터. 셰리 향이 무겁게 깔리지 않는다. 가볍게 떠 있는 느낌이고, 그 위로 한라봉 같은 시트러스가 한 겹 올라온다. 오렌지보다는 한라봉 쪽이 더 맞는 표현이다. 동시에 미세한 황 노트가 살짝 비치는데, 이게 “결이 살짝 어긋난다”의 출발점이 됐다.

잔을 바꿔서 아부나흐. 향에서부터 분위기가 다르다. 시트러스 계열인 건 같은데, 이쪽은 가볍고 달달한 오렌지 향이 정면에 나선다. 황 노트나 어두운 셰리의 묵직함이 향에서는 없다. 도수가 5.4%P 더 높은 술인데 향이 오히려 더 깔끔하게 열린다는 점이 의외였다.

향만 놓고 보면 아란 쪽은 한라봉, 아부나흐 쪽은 오렌지에 가까웠다. 같은 카테고리 안인데 이렇게 다른 게 첫 번째 놀라움이었다.

비교 시음 - 맛

여기서부터 격차가 보인다.

아란을 머금으면 달달한 셰리 맛이 먼저 자리를 잡는다. 그런데 그게 끝이다. 입 안에서 굴려도 추가로 펼쳐지는 레이어가 거의 없다. 단맛 하나로 가는 위스키라고 정리해도 크게 틀리지 않는다. 향에서 비쳤던 황 노트가 미세하게 따라오는데, 이게 단맛의 결을 살짝 어색하게 만든다.

아부나흐로 넘어가면 입 안에서 잡히는 게 단번에 많아진다. 스파이스가 먼저 톡 쏘고 들어오고, 그 뒤로 단맛이 점점 강해진다. 한 번에 단맛을 쏟아붓는 게 아니라, 입 안에 머금는 시간에 비례해서 단맛이 깊어지는 구조다. 점성 있는 묵직한 바디가 혀를 감싸면서 진행되니까 한 모금이 끝났다는 감각이 늦게 온다.

같이 마시면 “단맛만 있는 아란 vs 단맛이 빌드되는 아부나흐”로 꽤 명확하게 갈린다. 이 부분에서 가격 차이를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됐다.

비교 시음 - 피니시

피니시는 갈라지는 폭이 가장 크다.

아란은 피니시도 향의 연장선이다. 한라봉의 결이 길게 끌리고, 끝자락에서 약간의 다크 초콜릿이 묻어 나온다. 가볍게 마무리되는 쪽이라 부담은 없는데, 향-맛-피니시가 거의 같은 표정으로 끝까지 간다. 입체감이 약한 인상이다.

아부나흐 피니시는 향과 거의 다른 술 같다. 향에서 가벼운 오렌지였던 게 피니시에서는 묵직한 오크가 정면에 깔린다. 진한 우드와 베이킹 스파이스가 길게 남고, 그 위로 복합적인 향이 한 겹 더 끌린다. 한 모금의 시작-중간-끝에 각각 다른 얼굴이 붙어 있다는 표현이 맞을 듯하다. 셰리 캐스크 위스키에서 자주 보이는 진한 오크 여운이 가장 정직하게 나오는 케이스다.

같은 자리에서 마시면 피니시의 길이와 두께가 거의 두 배 가까이 벌어지는 인상을 받았다.

가격을 빼고 봐도, 가격을 넣고 봐도

복합성, 바디감, 피니시 - 세 축 모두에서 아부나흐가 앞선다. 5.4%P 더 높은 도수가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데, 그 도수가 그대로 바디감으로 전환되니까 부담보다 만족이 더 컸다.

가격 차이는 5만 원. 적은 돈은 아닌데, 한 잔에서 받는 인상과 여운의 격차를 같이 놓고 보면 5만 원이 아깝다는 생각은 안 들었다. 차라리 단순한 결로 가는 셰리 CS를 살 거면 한 단계 아래 가격대인 글렌드로낙 12년이 더 정돈된 셰리를 더 싸게 보여준다는 인상이다. 아란 셰리 캐스크는 그 사이에서 좀 애매하게 느껴졌다.

황 노트가 살짝 비치는 게 아란 쪽 인상을 깎는 부분이긴 한데, 이건 개인 취향이 갈리는 노트라 누군가에게는 오히려 매력일 수도 있겠다. 비슷한 결의 황을 느꼈던 글렌파클라스 15년 쪽이 차라리 더 정리된 결로 받아낸다는 느낌이었다. 건과일이나 황처럼 셰리 캐스크 병들 사이에서 계속 마주치는 노트가 있는데, 그건 셰리 캐스크 위스키 공통점 정리로 넘겼다.

정리

같은 고도수 셰리 카테고리라고 묶기엔 결이 너무 달랐다. 아부나흐 84는 한 잔에 들어 있는 맛의 가짓수와 피니시의 두께가 5만 원 차이를 정당화하는 쪽이고, 아란 셰리 캐스크는 단정한 단맛 한 결로 흘러가는 쪽이다. 비교 시음 결론은 아부나흐 압승. 다른 결의 셰리 CS를 같은 자리에서 마셔보고 싶다면 배치 82와 나란히 놓는 쪽이 차라리 결이 맞는 비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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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 위린이

직접 사서 마신 위스키를 기록하는 위린이. 자동차ㆍ투자ㆍ개발 이야기도 가끔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