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리 캐스크 위스키를 이것저것 마시다 보면 어느 순간 패턴이 보인다. 증류소도 다르고 숙성 연수도 다르고 도수도 다른데, 잔을 코에 대는 순간 “아, 셰리다” 하는 공통된 골격이 있다.
향 - 결국 건과일이다
셰리 캐스크 위스키의 향은 대체로 건과일 쪽으로 먼저 열린다. 건포도, 말린 무화과, 말린 자두. 내가 마신 병들에서는 이 계열의 향이 가장 자주 올라왔다. 글렌파클라스 15년은 크리스마스 케이크, 아부나흐 배치 84도 크리스마스 케이크. 표현이 겹칠 수밖에 없다.


건과일 아래에는 다크 초콜릿이 깔리는 경우가 많다. 글렌알라키 10년 CS에서는 카카오 80%급 초콜릿이 지배적이었고, 맥캘란 12년 셰리 오크에서는 셰리 단향에 가려 초콜릿은 뒤로 밀렸다. 시나몬, 생강, 정향 같은 스파이스도 자주 따라붙는다.


의외로 공통적이었던 건 오렌지 필이다. 아란 셰리 캐스크 CS, 글렌알라키 15년 뚜따 1개월 후, 아부나흐 배치 82 전부 시트러스 뉘앙스가 셰리 단향 사이로 비집고 나왔다.


맛 - CS냐 아니냐가 갈린다
입에 넣으면 진한 과일 맛이 먼저 오는 경우가 많다. 체리, 자두, 건포도. 그 위에 다크 초콜릿이나 모카의 쌉쌀함이 얹히는 구조가 자주 반복된다.
차이가 나는 건 바디감이다. 아부나흐나 글렌알라키 10년 CS 같은 캐스크 스트렝스는 시럽처럼 두껍고, 맥캘란 12년이나 글렌드로낙 12년 같은 40~43도 제품은 상대적으로 가볍다. 셰리의 진한 풍미를 제대로 느끼고 싶다면 개인적으로 CS 쪽이 확실히 낫다고 본다.


피니시 - 따뜻한 스파이스가 마무리
시나몬, 정향, 생강의 따뜻한 여운이 목을 타고 내려가면서 다크 초콜릿이 덮는 구조. 이것도 공통이다. 글렌파클라스 15년은 드라이한 셰리 피니시가 길게 이어졌고, 맥캘란 12년은 깔끔하게 끊겼다. 로얄 브라클라 12년은 피니시까지 황 노트가 미세하게 남아서 호불호가 갈릴 만했다.

피트와 셰리가 만나면 피니시가 아예 달라진다. 라프로익 셰리 오크는 피트 스모크가 셰리 위를 덮으면서 새 가죽 같은 향이 길게 이어졌고, 벤로막 10년은 약피트가 셰리 단맛 뒤에 살짝 고개를 내미는 정도였다.


내 셰리 캐스크 픽
지금까지 마신 것 중 가장 좋았던 건 글렌알라키 15년이다. 버터스카치와 꿀의 조합, 실키한 마우스필. 셰리 캐스크의 매력이 가장 편안한 형태로 담긴 위스키라고 생각한다. 가성비까지 따지면 벤로막 10년도 빠질 수 없고, 셰리 폭탄을 원하면 아부나흐가 답이다.
내가 마신 셰리 캐스크들은 대체로 건과일 - 다크 초콜릿 - 따뜻한 스파이스 삼각 구도 안에서 움직였다. CS냐 아니냐로 바디감이 갈리고, 피트와 만나면 피니시가 크게 달라진다. 셰리 매력을 제대로 느끼려면 잔에 따르고 10분 정도 공기에 노출시키는 걸 추천한다. 처음에는 셰리 단향만 치고 나오는데, 시간이 지나면 초콜릿과 스파이스가 훨씬 뚜렷하게 올라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