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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리] 글렌파클라스 15년 리뷰

Spemer Spemer · 수정 · 3 mins read
[셰리] 글렌파클라스 15년 리뷰

셰리 캐스크 위스키에 입문하던 시절, 누군가 “가성비 좋은 셰리 위스키 찾으면 글렌파클라스 가라”고 했다. 솔직히 처음엔 이름도 생소하고 병 디자인도 투박해서 반신반의했는데, 한 모금 머금는 순간 “아, 이거구나” 싶었다. 화려하지 않은데 묵직하고, 달콤한데 과하지 않은 그 절묘한 밸런스. 글렌파클라스 15년은 셰리 캐스크가 위스키에 줄 수 있는 최선의 결과물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글렌파클라스 증류소 소개

  • 설립: 1836년, 스페이사이드 밸린달로크. 1865년부터 그랜트 가문이 6대째 가족 경영
  • 특징: 직화 가열 증류 + 올로로소 셰리 캐스크 숙성 고집. 직화 방식이 특유의 묵직한 단맛을 만든다고
  • 스타일: 글렌피딕처럼 가벼운 스페이사이드가 아니라, 묵직하고 풍부한 쪽

이 위스키의 탄생 배경

글렌파클라스 15년은 라인업에서 수십 년째 “스위트 스팟”으로 통하는 제품이다. 셰리 캐스크의 복합적인 풍미가 충분히 발현되면서도 원액의 활력이 살아있는 딱 그 지점이 15년이라는 거다. 셰리 캐스크는 스페인 헤레스의 쿠퍼리지에서 직접 소싱하는데, 이 관계가 몇 세대째 이어져 왔다고 한다.

글렌파클라스 대표 라인업

글렌파클라스의 라인업은 거의 모든 숙성 연수를 커버하고 있어서 취향에 맞는 걸 고르기 좋다.

글렌파클라스 대표 라인업 비교

  • 10년 / 12년 - 셰리 캐스크 입문용
  • 15년 - 가성비와 품질의 교차점. 오늘의 주인공
  • 17년 / 21년 / 25년 - 숙성 연수에 따라 셰리의 복합성이 깊어진다
  • 105 - 캐스크 스트렝스 60%, NAS. 가성비 CS 끝판왕. 아벨라워 아부나흐와 비교해볼 만하다
  • 패밀리 캐스크 - 1954년부터의 단일 캐스크 시리즈

글렌파클라스 15년 테이스팅 노트

46% 병입, 올로로소 셰리 캐스크 숙성.

글렌파클라스 15년 싱글몰트 위스키

향 (Nose)

글라스에 따르면 가장 먼저 올라오는 건 셰리 트라이플 같은 달콤한 향이다. 건과일 - 건포도, 무화과, 말린 자두 - 이 겹겹이 쌓인 느낌인데, 그 아래에서 몰트의 고소한 단맛이 받쳐준다.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막 꺼냈을 때 나는 그 향이랄까. 호두 같은 견과류 향도 은근히 느껴지고, 시간이 지나면 아주 미세한 스모키함이 올라온다. 이 스모크는 아일라 같은 피트 스모크가 아니라, 오크 숙성에서 오는 자연스러운 그을림 같은 느낌이다. 코를 가까이 대면 셰리의 달콤함이, 살짝 떨어지면 몰트의 묵직함이 더 잘 느껴져서, 향만 맡고 있어도 꽤 즐겁다.

맛 (Palate)

첫 모금부터 풍성하다. 올로로소 셰리의 풍미가 입 안 가득 퍼지면서 다크 초콜릿, 오렌지 마멀레이드, 시나몬이 순서대로 올라온다. 바디감이 상당히 풀(full)한 편인데, 이게 직화 증류의 영향인 것 같다. 버터스카치 같은 달콤한 뉘앙스도 있고, 중반부에서는 시나몬과 넛맥 같은 스파이스가 올라와서 단조롭지 않게 해준다.

15년이라는 숙성 기간이 셰리의 단맛과 오크의 탄닌을 잘 조율해 놓은 느낌이다. 12년과 비교하면 확실히 복합성에서 차이가 나는데, 단순히 달기만 한 게 아니라 여러 레이어가 겹쳐있다는 걸 느낄 수 있다. 도수가 46%라서 물 없이 마셔도 알코올의 자극이 크지 않은 점도 좋다.

피니시 (Finish)

피니시가 상당히 길다. 따뜻한 여운이 가슴까지 내려오면서 드라이한 셰리의 맛이 입 안에 남는다. 오크 스파이스가 뒤에서 은근하게 잡아주고, 건과일의 달콤함이 여운처럼 오래 머문다. 삼킨 후에도 몇 분간 입 안에서 셰리의 잔향이 살아있는데, 이 길고 따뜻한 피니시가 글렌파클라스 15년의 완성도를 보여주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마시고 나서 한참을 가만히 앉아있게 만드는 위스키.

글렌파클라스 15년에 어울리는 안주

  • 건과일 모둠 (대추, 건크랜베리, 무화과) - 글렌파클라스의 건과일 풍미가 안주의 맛을 그대로 반영한다
  • 숙성 고다 치즈 - 직화가열에서 오는 묵직한 바디감이 고다 치즈의 견과류 같은 고소함과 잘 어울린다

마치며

셰리 캐스크 위스키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글렌파클라스 15년은 반드시 경험해봐야 할 병이다. 같은 셰리 계열의 맥캘란이나 글렌드로낙에 비해 가격이 훨씬 착한 편인데, 품질에서 결코 밀리지 않는다. 오히려 가족 경영 증류소 특유의 고집이 그대로 느껴지는 위스키다.

음용 방식은 니트를 추천한다. 물을 넣으면 셰리의 달콤함이 좀 더 열리긴 하지만, 이 위스키는 46%의 도수에서 이미 충분히 부드럽고 균형이 잘 잡혀있어서 니트로 마시는 게 가장 만족스러웠다. 셰리 위스키에 관심 있는데 어디서부터 시작할지 모르겠다면, 글렌파클라스 15년이 정답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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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 Spe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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