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 후 1개월이 지난 시점의 최신 리뷰는 글렌알라키 15년 뚜따 1개월 후 리뷰에서 확인할 수 있다.
글렌알라키 15년은 처음부터 “강한 병”으로 기억되지는 않았다. 글렌알라키 10년 캐스크 스트렝스를 먼저 마셔서 더 그랬다. 10년 CS가 앞에서 밀고 들어오는 쪽이라면, 15년은 조금 늦게 풀리는 단맛이 있었다. 버터스카치와 토피가 먼저 떠오르지만, 이 병은 그 단맛이 얼마나 부드럽게 이어지는지가 더 기억에 남았다.
강도보다 질감 쪽으로 기억난 병
글렌알라키에 대해서는 10년 CS 리뷰에서 자세히 다뤘으니 여기서는 짧게만 남긴다. 1967년 설립된 스페이사이드 증류소이고, 2017년 빌리 워커 인수 이후 싱글몰트 쪽 존재감이 커졌다고 한다. 글렌피딕이나 글렌리벳처럼 가볍게 과일향으로 가는 스타일과는 꽤 다르게 느껴졌다.
네 가지 캐스크라는 설명은 나중에 붙었다
워커가 인수 전까지 원액 대부분은 블렌디드 위스키 재료로 쓰였다고 한다. 워커가 원액들을 점검해서 싱글 몰트로 내보낼 만한 것들을 추려냈고, 15년은 PX 셰리, 올로로소 셰리, 레드 와인, 버진 오크 네 가지 캐스크를 조합하는 구성이다.
코어 레인지에서 15년의 위치는 애매한 듯 괜찮다. 12년보다는 숙성감이 있고, 18년처럼 가격이 확 올라가지는 않는다. 우성그린마트에서 14만 중반대에 들고 왔는데, 이 가격이면 굳이 18년으로 점프할 이유를 잘 못 느꼈다. 빌리 워커가 15년을 이 증류소의 프루티한 캐릭터를 잘 살린 숙성 연수로 봤다고 한다.
캐스크 정보는 맛을 확인한 뒤에 봐도 된다
네 가지 캐스크의 원액을 배팅해서 만드는데, 각각의 역할이 다르다.
| 캐스크 | 역할 | 주요 풍미 |
|---|---|---|
| PX 셰리 | 달콤함의 핵심 | 건포도, 무화과, 진한 캐러멜 |
| 올로로소 셰리 | 깊이ㆍ복합성ㆍ바디 | 견과류, 말린 과일, 스파이스 |
| 레드 와인 | 과일 캐릭터 | 잘 익은 베리, 부드러운 타닌 |
| 버진 오크 | 균형ㆍ마무리 | 바닐라, 코코넛, 토스트 |
PX가 달콤함을 앞세운다면 올로로소 쪽에서 깊이와 복합성이 나온다. 레드 와인은 셰리와는 또 다른 결의 베리 과일향을 얹고, 버진 오크는 셰리 일변도로 기울지 않도록 우디한 프레임을 잡아준다.
빌리 워커가 어떤 비율로 배팅하는지는 공개하지 않는다. 그래도 마셔보면 PX의 달콤함이 먼저 보이고, 올로로소와 레드 와인이 뒤에서 과일감과 깊이를 채우는 느낌이 있다. 버진 오크는 끝을 살짝 말려주는 쪽에 가깝게 느껴졌다.
글렌알라키 15년 테이스팅 노트
46% 병입에 논칠필터드. 색상은 진한 금빛에서 호박색 사이 어딘가. 인공 색소를 넣지 않는데도 이 정도 색이면 셰리 캐스크의 영향이 확실하다.

향
버터스카치. 입에 사탕 물고 있을 때 나는 그 향이랑 거의 똑같다. 거기에 구운 사과 - 시나몬을 뿌려서 오븐에 구운 사과 같은 따뜻한 과일 향이 깔리고, 밀크 초콜릿의 부드러운 카카오 뉘앙스도 느껴진다.
시간을 좀 더 두면 바닐라와 은근한 오크 향이 올라오고, 전체적으로 따뜻한 빵집에 들어간 것 같은 편안한 분위기의 향이다. 10년 CS에서 느껴졌던 그 강렬한 임팩트는 없지만, 대신 이쪽은 향만 맡고 있어도 기분이 좋아지는 종류의 부드러움이 있다.
맛
크리미하다. 토피와 말린 살구의 달콤함이 입 안을 부드럽게 감싸는데, 그 위에 꿀과 넛맥의 따뜻한 스파이스가 얹혀진다. 설탕에 졸인 생강(캔디드 진저) 같은 독특한 달콤-매콤한 뉘앙스도 있어서, 단순히 달기만 한 게 아니라 층이 있다는 느낌이 든다.
질감이 실키하다. 논칠필터드의 영향인지 입 안에서의 촉감이 비단결처럼 매끄럽고, 이 부드러운 마우스필이 15년의 가장 큰 매력 포인트가 아닌가 싶다. 10년 CS가 시럽처럼 두꺼운 질감이었다면, 15년은 생크림처럼 부드러운 질감이라고 할 수 있다.
중반부터는 오크의 영향이 살짝 고개를 들면서 약간의 타닌과 함께 드라이한 뉘앙스가 나타나는데, 이게 달콤함이 과하지 않도록 균형을 잡아준다. 네 가지 캐스크 배팅의 효과가 바로 이런 부분에서 드러나는 거다.
피니시
피니시는 중간에서 약간 긴 편. 따뜻한 바닐라와 은근한 스파이스가 목을 타고 내려가면서, 달콤한 여운이 부드럽게 이어진다. 10년 CS처럼 수 분간 입 안에 남아있는 강렬한 피니시는 아니지만, 대신 은근하게 오래 가는 포근한 달콤함이 있다. 삼킨 후에 남는 건 버터스카치와 약간의 꿀, 그리고 따뜻한 오크의 잔향. 마치 따뜻한 담요를 덮은 것 같은 편안한 마무리다.
다시 꺼낸다면 어떤 날일까
글렌알라키 15년은 “편한 쪽”에 있는 위스키다. 10년 CS 같은 강한 임팩트를 기대하면 조금 얌전하게 느껴질 수 있다. 대신 하루 끝에 천천히 마실 때는 이 부드러운 질감이 장점으로 바뀐다. 도수도 46%라 부담이 덜하고, 풍미도 공격적이지 않다.
개인적으로 같은 증류소의 10년 CS와 15년을 번갈아가며 마시는 걸 좋아한다. 기분이 뭔가 강렬한 걸 원할 때는 10년 CS, 편하게 쉬고 싶을 때는 15년. 같은 글렌알라키인데 성격이 이렇게 다르다는 게 재미있다.

가격도 15년 숙성 셰리 위스키 치고는 꽤 합리적인 편이다. 논칠필터드, 무색소, 46%라는 조건까지 보면 납득이 간다. 다만 이 병은 가성비라는 말보다, 10년 CS와는 다른 속도로 마시게 된다는 점이 더 맞는 설명 같다. 다른 셰리 캐스크 위스키들과의 비교는 셰리 캐스크 위스키 공통점 정리에 정리해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