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로 정리하면 “튀지 않게 잘 만든 꿀물”이다. 입문 추천 목록에서 거의 빠지지 않는 병인데, 너무 자주 추천되니까 오히려 마실 이유를 못 찾았다. 막상 따라보면 왜 이 병이 항상 이름이 오르는지 알 만하다. 알코홀릭 드링크 부평점에서 10만 초반에 집어왔다.

따른 직후 30분의 흐름
처음 5분 동안은 꿀물이 잔 위로 올라온다. 진득한 꿀이라기보다 물에 살짝 풀린 꿀에 가깝고, 그 위로 감귤 주스 같은 밝은 과일향이 깔린다. 셰리 캐스크 영향이 있다고 해서 맥캘란 12년 셰리 오크처럼 진한 건과일 쪽을 기대하면 인상이 다를 수 있다. 더블우드의 셰리는 마감재 정도로 깔리는 쪽이다.
10분 즈음, 입에서의 인상이 자리를 잡는다. 질감이 부드럽고, 단맛은 있는데 끈적이지 않는다. 2~3초 뒤에 약한 스파이스가 올라와서 단조로움을 끊어주는데, 이 부분이 제일 마음에 든다. 단맛만 있었다면 빨리 물렸을 거다.
20분이 지나면 피니시의 윤곽이 잡힌다. 시나몬과 넛맥 같은 따뜻한 스파이스가 잠깐 남고, 오크의 쌉싸름함으로 정리된다. 피니시를 길게 끌고 가는 타입은 아니라서, 잔을 한참 붙잡고 분석하기보다 30분 안에 두세 모금 편하게 넘기는 쪽에 더 어울린다.
12년 더블우드는 어떤 급인가
12년 더블우드는 캐스크 피니싱 연작 안에서 가장 기본형이다. 마음에 들었다면 윗 라인은 같은 결을 좀 더 진하게 가져간 버전이다.
| 제품 | 캐스크 | 도수 | 특징 |
|---|---|---|---|
| 12년 더블우드 | 버번 + 셰리 캐스크 피니싱 | 40% | 캐스크 피니싱의 원조, 오늘의 주인공 |
| 14년 캐리비안 캐스크 | 럼 캐스크 피니싱 | 43% | 트로피컬한 달콤함 |
| 17년 더블우드 | 버번 + 셰리 캐스크 피니싱 | 43% | 12년의 업그레이드 |
| 21년 포트우드 | 포트 와인 캐스크 피니싱 | 40% | 진한 베리 풍미 |
| 25년(레어 매리지스) | 아메리칸ㆍ유러피안 셰리 오크 배팅 | 48% | 프리미엄 한정 라인 |
어떤 자리에 꺼낼 만한가
특별한 날의 메인 위스키보다 평범한 저녁의 데일리 쪽에 가깝다. 안주 없이 그냥 마셔도 부담이 없고, 단맛이 있는 디저트와 같이 가도 풍미가 충돌하지 않는다. 위스키를 처음 마시는 사람에게 한 잔 따라주기에도 무난하다. 한 병을 비우는 동안 새로운 발견이 폭발적으로 터지는 쪽은 아니지만, 몇 달을 두고 일상적으로 손이 가는 위스키라는 점에서 점수를 매기면 이쯤이다.
비슷하게 일상적으로 두기 좋은 12년 라인을 더 보고 싶다면 부쉬밀 12년 쪽도 후보다. 같은 가격대에서 아이리시 특유의 부드러움이 어떤지 비교해보면 12년 카테고리의 결이 더 잘 잡힌다.
여담으로, 이 병은 영화 투모로우(The Day After Tomorrow)에도 등장한다고 한다. 빙하기가 닥친 스코틀랜드 기지의 과학자들이 마지막에 나눠 마시는 그 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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