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 얼마 안 남았다. 이맘때면 트레이더스에 잔세트가 슬슬 풀린다는 얘기를 듣고 퇴근길에 한 번 들렀다.
클라이넬리쉬 14년 잔세트가 좋은 가격에 나와 있길래 살까 말까 한참 고민했다. 결국 안 집었는데, 질감이 왁시하다고들 하는 게 계속 걸렸다. 대신 계산대에 올린 건 러셀 10년과 이글레어 10년. 둘 다 버번이다. 러셀 싱글배럴은 이미 먹어봤으니, 그보다 아래 제품이어도 안 먹어본 러셀 10년 쪽으로 손이 갔다. 러셀은 내일 따보기로 하고, 오늘은 처음 접하는 이글레어 10년부터 열었다.
구매 금액은 69,800원. 750ml에 7만 원이면 나름 프리미엄 버번치고 괜찮은 것 같다. 알콜 도수는 45%.

러셀과 이글레어를 같이 집은 이유
러셀이 와일드 터키 증류소의 상위 제품군이라면, 이글레어는 버팔로 트레이스 증류소의 상위 제품군이라고 한다. 두 병을 한꺼번에 집어온 것도 그래서다. 각 증류소에서 엔트리보다 위에 있는 걸 나란히 보고 싶었다.
다만 상위라고 해도 꼭대기는 아니다. 비교 기준이 엔트리인 버팔로 트레이스 쪽이고, 이글레어보다 위로는 블랑톤 같은 라인이 더 있다고 한다.

이글레어 10년 시음 노트
향
전형적인 버번의 향인데, 약간 오렌지 계열의 시트러스한 인상이 있다. 향 자체는 매우 달콤하고, 맛이 기대되는 기분 좋은 버번 위스키의 향이다. 당연히 바닐라도 있다. 너무나도 기분 좋은 향긋한 버번의 향.
맛
버팔로 트레이스가 연상되는 맛. 바닐라와 오크가 가장 먼저 느껴지고, 약간의 탄닌감과 함께 허브 + 오렌지 껍질 뉘앙스가 스친다. 전반적으로 달달하고, 알콜 도수가 45%라 그런지 부드럽다.
버번에서 기대되는 타격감은 좀 약한 편이다. 항상 고도수 버번만 먹다보니, 40%대 버번은 첫 인상이 좀 심심한 느낌이다. “이거 왜 이렇게 약하지?”라던 절여진 혀가 정신을 차리면, “아 맛있구나”라는 인상을 다시금 받긴 한다.
시트러스한 느낌이 걷히면, 블랑톤 하위호환 느낌도 좀 있다. 편하게 먹기에는 너무 좋다. 맛도 적당히 달달하고, 약간의 시트러스함이 더해져 답답한 느낌도 덜 하면서, 목넘김도 부드럽다. 오크, 바닐라, 오렌지, 견과류.
피니시
피니시는 좀 약한 편이다. 조금 물 탄 듯한 느낌이 있어서 아쉽다. 이후로는 견과류와 다크 초콜렛이 느껴지고, 바닐라 라떼의 느낌도 있다.
여전히 부드러운 인상에서 느껴지는, 블랑톤 하위호환이라는 느낌(긍정). 전형적인 버번 & 버번 캐스크의 피니시 느낌이 나타난다.
찾아보니 버팔로 트레이스 공식 노트에도 오렌지 껍질과 허브가 나란히 적혀 있다. 견과류랑 코코아도 있는데, 피니시에서 느낀 거랑 비슷하다.
마개가 고무다
버팔로 트레이스도 그렇던데, 이글레어도 코르크가 실리콘 고무 같은 재질이다. 진짜 코르크가 더 좋은데, 이런 디테일은 살짝 아쉽다.

데일리샷보다 5,200원 쌌다
사고 나서 데일리샷을 켜봤더니 같은 750ml가 75,000원이었다. 트레이더스가 5,200원 싸다. 위스키는 앱 쪽이 싼 경우가 많아서 별생각 없었는데, 이번엔 반대였다.

맛도 좋고 향도 좋고 가격도 좋은데, 도수가 5%만 더 높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도 부담 없이 편하게 먹기에는 너무 좋다. 4.2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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