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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리] 아벨라워 아부나흐 배치 84 리뷰

Spemer Spemer · 수정 · 3 mins read
[셰리] 아벨라워 아부나흐 배치 84 리뷰

캐스크 스트렝스(Cask Strength) 위스키의 세계에 한 발 들여놓으면 다시 돌아오기가 쉽지 않다. 통에서 꺼낸 그대로의 도수, 물이나 여과 과정 없이 위스키 원액의 진짜 모습을 보여주는 경험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캐스크 스트렝스 위스키 중에서도 아벨라워 아부나흐(Aberlour A’bunadh)는 좀 특별한 위치에 있다. 올로로소 셰리 버트만으로 숙성한 캐스크 스트렝스. 처음 한 모금 머금는 순간 입 안에서 셰리 폭탄이 터진다. 진짜 이런 게 셰리 캐스크의 정수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드는 병이다.

아벨라워 증류소 소개

아벨라워(Aberlour)는 스페이사이드 한가운데 있는 증류소로, 1879년에 제임스 플레밍이라는 사람이 세웠다고 한다. 설립 초기부터 셰리 캐스크 숙성에 심혈을 기울였고, 그 전통이 라인업 전반에 강하게 남아있다.

아부나흐(A’bunadh)는 게일어로 “근원(The Original)”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100년 전 아벨라워 위스키를 재현하겠다는 의도로 탄생한 시리즈로, 올로로소 셰리 버트만으로 숙성하고 캐스크 스트렝스로 병입한다. 올로로소 셰리 버트에 올인하는 과감한 선택으로 압도적인 풍미를 만들어낸다.

이 위스키의 탄생 배경

조건이 까다롭다. 스페인 헤레스산 퍼스트 필 올로로소 셰리 버트만 사용하고, 캐스크 스트렝스로 병입하되 냉각 여과도, 인공 착색도 안 한다고. 배치 84는 약 61% ABV로 나왔는데, 배치마다 캐스크가 다르기 때문에 도수도 맛의 뉘앙스도 매번 달라진다. 배치별 비교가 마니아들 사이에서 하나의 놀이 문화가 됐을 정도다.

아벨라워 대표 라인업

아벨라워의 라인업은 더블 캐스크 시리즈와 아부나흐, 두 축으로 구성된다.

아벨라워 대표 라인업 비교

  • 12년 더블 캐스크 - 셰리 + 버번 캐스크 블렌딩, 40%
  • 12년 논칠필터드 - 48% 비냉각 여과, 셰리 캐릭터가 훨씬 풍부
  • 16년 더블 캐스크 - 더 깊고 복합적인 숙성감
  • 18년 - 오랜 셰리 숙성의 결과물
  • 아부나흐(A’bunadh) - 올로로소 셰리 버트 캐스크 스트렝스, 오늘의 주인공

아부나흐 배치 84 테이스팅 노트

배치 84, 61.2% ABV.

아벨라워 아부나흐 배치 84

향 (Nose)

글라스에 코를 가져다 대면 압도적인 셰리의 향이 밀려온다. 크리스마스 케이크가 제일 먼저 떠오르는데, 건과일이 잔뜩 들어간 그 진한 케이크 말이다. 다크 초콜릿, 체리, 오렌지 필의 시트러스함이 뒤를 따르고, 시나몬과 정향(clove)의 따뜻한 스파이스가 코끝을 자극한다. 61%라는 도수가 무색할 정도로 알코올의 자극이 의외로 크지 않다. 물론 도수가 도수이니 세게 들이마시면 알코올이 확 올라오긴 하는데, 적당한 거리를 두고 맡으면 셰리의 진한 달콤함이 정말 풍성하게 펼쳐진다. 시간이 지나면서 올로로소 셰리 특유의 약간 건조한 견과류 향도 올라오는 게 좋다.

맛 (Palate)

첫 모금의 임팩트가 장난이 아니다. 입 안에서 다크 프루트가 폭발한다는 표현이 과장이 아닐 정도로 강렬하다. 무화과 잼, 에스프레소, 진저브레드의 풍미가 동시에 밀려오면서, 점성이 높은 묵직한 바디감이 입 안을 꽉 채운다. 갈색 설탕의 달콤함이 깊게 깔려있고, 가죽 같은 뉘앙스도 은은하게 스친다.

물을 몇 방울 떨어뜨리면 성격이 좀 바뀌는데, 강렬함이 약간 누그러지면서 오렌지, 건포도 같은 과일 노트가 더 선명하게 올라온다. 개인적으로 아부나흐는 니트로 한 모금, 물을 넣고 한 모금, 이렇게 번갈아 가며 마시는 걸 좋아한다. 같은 위스키인데 두 가지 다른 표정을 보여주거든.

피니시 (Finish)

피니시가 정말 길다. 따뜻한 여운이 목을 타고 내려가면서 몇 분이고 남아있다. 건과일의 단맛과 비터스위트 초콜릿의 씁쓸달콤함이 겹겹이 겹쳐지고, 오크 스파이스의 향신료 느낌이 뒤에서 잡아준다. 셰리의 온기가 위장까지 전해지는 느낌이 있는데, 겨울에 마시면 이 따뜻한 피니시가 정말 좋다. 캐스크 스트렝스답게 여운의 강도와 지속 시간 모두 인상적이다.

아부나흐에 어울리는 안주

  • 소고기 스테이크 (립아이) - 캐스크 스트렝스의 강렬한 셰리 풍미가 지방 풍부한 스테이크와 균형을 잡는다
  • 다크 초콜릿 (카카오 70% 이상) - 아부나흐의 진한 건과일, 스파이스와 카카오의 쓴맛이 만나면 폭발적인 조합

마치며

아부나흐 배치 84는 셰리 캐스크가 뭔지 제대로 보여주는 병이다. 올로로소 셰리 버트만으로 이런 풍미를 끌어낼 수 있다는 게 대단하고, 캐스크 스트렝스임에도 불구하고 알코올의 거친 면이 비교적 잘 다듬어져 있다. 물론 61%라는 도수가 부담될 수 있지만, 물을 조금씩 넣어가면서 자기만의 도수를 찾아가는 과정 자체가 아부나흐를 마시는 또 다른 재미다.

셰리 캐스크 위스키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아부나흐는 거의 필수 경유지라고 생각한다. 글렌드로낙, 맥캘란 같은 셰리 캐스크 강호들과 비교 테이스팅해봐도 재밌고, 배치 넘버가 다른 아부나흐끼리 비교하는 것도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꽤 인기 있는 놀이다. 실제로 배치 82와 비교해보면 같은 올로로소 셰리 버트인데도 풍미의 결이 꽤 다르다. 다만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면, 아부나흐의 맛에 익숙해지면 40%짜리 셰리 캐스크 위스키가 좀 싱겁게 느껴질 수 있다는 거다. 이게 캐스크 스트렝스의 함정인데, 한 번 이 강도에 적응하면 돌아가기가 좀 힘들더라. 같은 캐스크 스트렝스 셰리 계열로는 글렌알라키 10년 CS도 흥미로운 비교 대상이고, 셰리와는 완전히 다른 결의 캐스크 스트렝스를 경험하고 싶다면 와일드 터키 레어 브리드도 재밌는 대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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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 Spe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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