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리악 12년과 글렌드로낙 12년, 둘 다 셰리로 유명한 병을 비슷한 시기에 열었다. 다만 마신 양은 전혀 달라서, 글렌드로낙 쪽을 훨씬 많이 비웠다. 그러다 보니 병 안 빈 공간도, 공기와 닿은 시간도 글렌드로낙이 더 길다. 즉 에어레이션은 글렌드로낙이 유리한 상태에서 붙은 비교다. 완벽하게 공정하지는 않다는 얘기를 먼저 깔고 시작한다.
이 두 병을 같이 연 이유
굳이 이 조합을 고른 데는 이유가 몇 개 겹친다. 가격대가 비슷하고, 둘 다 셰리로 이름난 증류소고, 무엇보다 지금은 둘 다 레이첼 배리 손을 거친 술이다. 배리는 2017년부터 벤리악과 글렌드로낙 마스터 블렌더를 맡고 있다고 한다. 내 글렌드로낙은 라벨상 조금 예전 것처럼 보이지만 2021년 병입이라, 결국 배리가 관장하던 시기에 병입된 물건으로 보면 된다.
그러니까 이 글의 글렌드로낙은 예전에 따로 리뷰했던 구형과는 다른 병이다. 같은 12년이라 세부 인상은 겹치지만 세대가 다르니, 단독 감상이 궁금하면 그 글을 참고하되 지금 병과는 조금 다를 수 있다는 정도만 감안하면 된다.
| 항목 | 벤리악 12 더 트웰브 | 글렌드로낙 12 |
|---|---|---|
| 도수 | 46% | 43% |
| 캐스크 | 셰리/버번/포트 트리플 | PX + 올로로소 셰리 |
| 색 | 천연색(알려진 사양) | 셰리 진한 갈색 |

향에서 갈린 지점
향은 벤리악이 낫다. 이건 왕복하면서 꽤 느꼈다. 과실향이 충분히 살아 있고, 너티한 느낌 위에 달달하고 녹진한 셰리 향이 깊게 깔린다. 편하게 훅 들어오면서 진하다.
글렌드로낙으로 잔을 바꾸면 셰리 향 자체는 풍부하다. 다만 약간의 스모키함과 황 노트가 걸린다. 초반 알콜 부즈는 많이 날아간 상태인데도, 벤리악이 편하고 진한 것과 비교하면 여전히 향이 살짝 튀는 느낌이 있다. 에어레이션이 더 됐는데도 이 정도면, 향은 벤리악 쪽으로 기운다.
입에서는
맛으로 넘어가면 인상이 조금 달라진다. 저숙성 특유의 튀는 맛은 솔직히 둘 다 있다.
벤리악은 향에서 느낀 달달함이 맛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 46% 도수에서 오는 적당한 바디감이 마음에 든다. 약간의 오렌지, 그리고 구운 빵 같은 너티한 느낌이 붙는다.
글렌드로낙은 편하게 마시기엔 오히려 부담이 덜하다. 향에서 걸리던 황 노트가 맛에서는 어느 정도 빠진다. 완전히 없지는 않다. 질감이 조금 더 가벼워서 부담 없이 넘어간다. 여기서부터는 취향이 갈릴 것 같다. 글렌드로낙은 약간 더 날것 느낌, 특히 오크향이 강하게 느껴지는데, 이게 거슬리게 튀는 방향이 아니라 맛의 다양성을 살려주는 쪽이라 나는 좋았다.
피니시, 여기서 마음이 정해졌다
피니시는 벤리악 쪽이 더 좋았다. 모카향이 깊게 남는다. 글렌드로낙이 셰리로 시작해 셰리로 끝나는 인상이라면, 벤리악은 더 깊고 다채로운 맛과 향이 뒤에 따라온다. 피니시도 길고, 가격도 착한데 도수까지 46%다.
글렌드로낙 피니시는 향에서 느낀 부분들이 거의 비슷한 뉘앙스로 이어진다. 견과류나 오크향이 조금 더 얹히는 정도. 나쁘다는 게 아니라, 벤리악만큼 방향이 여러 갈래로 벌어지지는 않는다.
다시 산다면, 그리고 평점
근소한 차이로 벤리악 12년 승이다. 그렇다고 글렌드로낙이 나쁘다는 건 절대 아니다. 비슷한 가격에 사서 비슷하게 열어둔 두 병이고, 둘 다 셰리 입문으로 충분한 맛이다.
다시 산다면 둘 중엔 벤리악 12년. 다만 솔직히 둘 다 다시 살 일은 없을 것 같다. 맛이 없어서가 아니다. 이 가격이면 차라리 조금 더 보태서 한 단계 위 술을 사고 싶은 마음이 커서다.
비슷한 가격대에서 다른 결이 궁금하면 글렌파클라스 15년. 다른 셰리 비교로는 맥캘란 12 vs 글렌드로낙 12, 도수를 확 올린 글렌드로낙 오드 투 더 다크 vs 카발란 비교도 같은 계열이다. 셰리 캐스크 공통 테이스팅 노트에 셰리 병에서 자주 나오는 향과 맛을 늘어놨다.
각각 따로 마셨을 땐 둘 다 3.9 정도였는데, 이번에 나란히 놓고 마신 기준으로는 벤리악 12년 4.1, 글렌드로낙 12년 3.8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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