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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올로로쏘 셰리 풀숙성
“정규 라인 전부 100% 올로로쏘 셰리 캐스크 풀 숙성”. 이 한 줄을 어디서든 본다. 셰리 좋아하면 한 번쯤 들이게 되는 병이라고들 한다. 바이알로 탐두 12ㆍ15년ㆍ배치 스트렝스 비교 시음을 먼저 했는데 그땐 비교 인상이 묻혀 단독 인상이 흐릿했다. 보틀로 한 병 들였다. 9만 원 초반이면 셰리 풀 숙성 12년 치고 비싼 가격은 아니다.
한 잔 따라보니 인상이 의외였다. 100% 올로로쏘 풀 숙성인데 셰리 결이 약하게 잡힌다.

스펙은 12년, 43%. 100% 올로로쏘 셰리 캐스크 풀 숙성. 흔히 “풀 셰리”라 부르는 구성이다. 도수가 43이라는 게 첫 변수였다. 알라키 15년이 46이고 드로낙 OTD가 50.8이니까, 같은 셰리 결도 도수에서 한 단계 눌릴 수밖에 없는 출발점이긴 하다.
향
갓 따랐는데도 알콜 부즈가 거의 없다. 43%면 도수가 낮긴 한데 그것만으로 설명되는 정도는 아닌 듯하다. 부드럽게 올라온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묵직한 셰리 폭탄을 기대했는데 의외로 밝고 화사한 쪽이 먼저 잡힌다. 알라키 15년이나 드로낙 OTD에서 잡히는 그 무거운 다크 프룻ㆍ미네랄ㆍ가죽 같은 결이 안 나온다. 굳이 결을 짚으면 모렌지 16년 더 넥타나 발베니 12년 더블우드에 더 가까운 인상이다. 과실 향이 먼저 오고, 가벼운 꿀물 향이 그 뒤에 깔린다.
셰리 결이 없진 않다. 다만 부담스러운 미네랄이나 황 노트는 아예 안 나온다. 셰리 입문자가 처음 잡았을 때 거부감 들 만한 요소가 깎여 있다. 그 점은 좋다. 다만 “100% 풀 셰리”라는 라벨을 보고 들어온 입장에선 의외였다.
맛
부드럽다. 그게 첫 인상이다. 스파이스가 거의 없다. 셰리 캐스크 위스키치고 입에 닿는 결이 블렌디드 위스키처럼 실키하다.

셰리가 잡히긴 잡힌다. 잡히는데 약하다. 향에서 받은 인상이 그대로 맛으로 이어진다. 모렌지 또는 발베니 쪽 결이 셰리 결보다 앞에 선다. 자극이 거의 없고 바디감이 약하고 살짝 밍밍한 구간이 있다. 그렇다고 맛없는 건 아니다. 적당히 달달하고 굉장히 부드러워서 꿀떡꿀떡 넘기기 좋다.
다만 개성이 너무 눌려 있는 느낌이다. 모난 데가 없어서 누구한테 줘도 욕은 안 먹을 텐데, 반대로 “이게 탐두야”라고 짚을 만한 지점이 약하다. 100% 올로로쏘로 채웠는데 정작 가장 강한 인상이 “부드럽다”인 게 좀 이상하긴 했다.
피니시
여기가 가장 약하다. 짧고 약하다. 목넘김에 알콜 느낌이 거의 없고, 마시고 난 뒤에 입에 남는 게 별로 없다. “방금 뭐가 지나갔지” 싶은 정도.
로얄살루트 21년 마셨을 때 비슷한 인상을 받은 기억이 있다. 너무 매끈하게 닦여 있어서 끝이 어디서 끝났는지 모르겠던 그 느낌. 셰리 풀 숙성 12년의 피니시라기엔 너무 빨리 사라진다.
평점 3.8
평점은 3.8점이다. 맛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같은 가격대 셰리 옵션과 두고 보면 어느 쪽이 더 손이 갈까 싶은 점수다.
자꾸 머리에 걸리는 건 결국 기대값이다. “100% 올로로쏘 셰리 풀 숙성”이라는 문구를 너무 셰리 폭탄 쪽으로 해석한 게 컸던 것 같다. 막상 마셔보면 셰리는 깔려 있는데 표현이 부드러운 쪽으로 정리돼 있다. 알라키나 드로낙처럼 셰리 결 자체를 정면에서 즐기고 싶은 입맛이면 이쪽은 좀 약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반대로 셰리 입문자나 자극 적은 풀 셰리를 찾는 사람한테는 오히려 알맞을 수 있다.
이전에 친구가 줬던 바이알이 더 맛있게 느껴졌던 기억이 있어서 그것도 좀 걸린다. 그땐 비교 잔이 옆에 없어서 그 자체로 즐겼던 건지, 배치 차이가 있는 건지, 둘 다인지는 모르겠다. 한 병을 끝까지 가져가면서 두 달 뒤쯤 다시 한 잔 따라보면 결이 좀 달라질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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