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한 지 두 달쯤 된 맥캘란 12년 셰리 오크와 글렌드로낙 12년 오리지널(구형)이 나란히 서 있길래, 잔 두 개 꺼내놓고 한 번에 비교해봤다. 개별 리뷰는 각자 따로 써뒀는데, 막상 같은 자리에서 한 모금씩 왕복하면서 마시니 글로 읽었을 때보다 차이가 훨씬 선명하게 잡힌다. 이 포스팅은 그 “나란히 놓고 마실 때” 관점으로만 정리한다.
왜 이 두 병인가
흔히 국내에서 “셰리 입문 3대장”이라고 불리는 세 병이 있다. 맥캘란 12, 글렌드로낙 12, 글렌파클라스 15. 가격대가 겹치고, 접근성이 좋고, 셰리 비중이 높다는 공통점으로 묶인다.
근데 3대장 중 글렌파클라스는 이 비교에서 일부러 뺐다. 황 노트가 확실히 강한 편이라 “셰리 단맛” 축으로 놓고 보면 결 자체가 달라진다. 글렌파클라스는 차라리 로얄 브라클라 12년 쪽과 비교하는 게 결이 맞다. 오늘은 “달콤한 셰리”라는 한 축에서 두 병만 놓고 본다.
- 맥캘란 12년 셰리 오크: 올로로소 시즈닝 유러피안 오크 100%, 40%
- 글렌드로낙 12년 오리지널(구형): 올로로소 + PX 혼합, 43%
개별 리뷰는 각각 맥캘란 12년 셰리 오크 리뷰, 글렌드로낙 12년 구형 리뷰에 정리해뒀다.
맥캘란 12 vs 글렌드로낙 12 비교표
| 항목 | 맥캘란 12 셰리 오크 | 글렌드로낙 12 오리지널(구형) |
|---|---|---|
| 캐스크 | 올로로소 시즈닝 유러피안 오크 100% | 올로로소 + PX 혼합 |
| 도수 | 40% | 43% |
| 향 방향 | 연한 셰리, 건과일, 향신료 | 사과, 데미소다, 시원한 달콤함, 바닐라 |
| 맛 방향 | 셰리 단맛, 부드러움 일변도 | 묵직한 셰리 단맛, 사과, 오크 |
| 피니시 | 길고 따뜻함, 약한 스파이스 | 길고, 건과일·건포도 |
| 바디 | 가볍고 매끈함 | 오일리하고 묵직함 |
숫자만 보면 도수 3% 차이지만, 나란히 마시면 이게 체감상 꽤 크다.
비교 시음 - 향
두 잔을 번갈아 들이대면 방향 자체가 다르다. 맥캘란 쪽은 “연한 셰리”라는 표현이 딱 맞는 인상이다. 건과일과 은근한 향신료가 얌전하게 올라온다. 잔을 오래 흔들어도 향이 크게 터지지 않고, 일정한 톤을 유지하는 느낌이 있다.
글렌드로낙(구형) 쪽으로 잔을 바꾸면, 첫 인상부터 다르다. 사과. 그리고 뭐랄까, 데미소다 같은 시원하고 톡 쏘는 달콤함이 먼저 튀어나온다. 그 뒤에 바닐라가 따라붙는다. 셰리 향이 압도적으로 앞에 서 있는 맥캘란과 달리, 글렌드로낙은 과실의 생기가 전면에 나와 있어서 향만 비교하면 오히려 더 가벼워 보이는 착각이 들 정도다.
향만 놓고 보면 맥캘란은 건과일 쪽, 글렌드로낙 구형은 생과일 쪽이다. 같은 셰리 캐스크라도 올로로소 단일과 올로로소+PX 혼합이 어떻게 다르게 나타나는지가 향에서부터 바로 갈린다.
비교 시음 - 맛
맛은 향에서 느꼈던 인상이 반쯤 뒤집힌다.
맥캘란을 먼저 한 모금 머금으면, 셰리의 단맛이 부드럽게 퍼지면서 입 안 어디에도 걸리지 않고 넘어간다. 40%라는 도수가 여기서 드러나는데, 질감이 얇고 매끈하다. “부드러움”이라는 축 하나만 놓고 보면 이 가격대에서 맥캘란 12 셰리 오크 이길 게 잘 없다. 대신 딱 거기까지다. 어떤 레이어가 더 있냐고 물으면 대답하기 애매하다.
글렌드로낙 구형으로 넘어가면, 향에서 느꼈던 시원한 달콤함이 입 안에서는 거의 사라진다. 대신 묵직한 셰리 단맛이 자리를 잡고, 사과의 과실감과 오크의 구조가 붙는다. 43%라는 도수 때문인지, 약간 더 바디감이 느껴지는듯 하기도 하다. 한 모금의 정보량이 맥캘란보다 눈에 띄게 많다. PX가 섞인 덕분으로 봐야 한다.
같이 마시면 “부드러움의 맥캘란 vs 레이어의 글렌드로낙” 구도가 꽤 선명하게 그려진다.
비교 시음 - 피니시
피니시는 둘 다 긴 편이다. 근데 남는 맛이 다르다.
맥캘란은 따뜻함이 중심에 있다. 목을 넘어간 뒤에 가슴이 데워지는 감각이 길게 이어지고, 아주 약한 스파이스가 혀 안쪽에 남는다. 여기서 재미있는 건 안주가 들어갔을 때의 변화인데, 이베리코 하몽을 한 조각 씹고 바로 맥캘란을 넘기면 피니시가 완벽한 다크초콜릿으로 바뀐다. 이 조합은 진짜 추천할 만하다. 하몽의 짭짤한 지방이 셰리의 단맛 위에 얹히면서 카카오 뉘앙스를 만들어낸다.
글렌드로낙 구형은 피니시가 훨씬 “실체” 있는 쪽이다. 건과일과 건포도가 입 안에 오래 남는다. 맥캘란의 피니시가 온도 감각 위주라면, 이쪽은 맛 자체가 길게 끌린다. 개인적으로 피니시에서 뭔가 씹히는 듯한 감각을 좋아하는 편이라, 한 잔을 다 비운 뒤 빈 잔을 코에 대고 한참 킁킁거리게 되는 건 글렌드로낙 쪽이다.
근소한 차이로 글렌드로낙 승
둘 다 입문 때 데려온 병이다. 솔직히 지금은 둘 다 손이 잘 안 간다. 셰리의 단맛 자체가 취향에서 조금 벗어난 이유도 있다. 같은 “달콤함”이라도 요즘은 글렌모렌지 16년 더 넥타 도르 쪽의 과실·꿀 계열이 훨씬 더 취향에 가깝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 두 병만 놓고 우열을 가리자면, 근소한 차이로 글렌드로낙 12년 구형 승이다. 맥캘란은 부드러움이라는 한 가지 미덕이 너무 뚜렷한 대신, 40% 도수에서 오는 정보량의 한계가 같이 앉혀놓고 마시면 금방 드러난다. 글렌드로낙 쪽이 한 모금에 들어 있는 요소의 수가 더 많다.
구형이라 그런지, 아니면 원래 레시피 차이인지는 확실히 말하기 어렵다. 다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초보 때 웃돈 주고 글렌드로낙 12 구형을 산 건 지금 돌이켜보면 딱히 좋은 선택은 아니었다. 지금 다시 돌아간다면 트레이더스에서 판매하는 신형 + 글렌캐런 잔 세트를 샀을 것 같다. 구형이라고 해서 마법처럼 다른 건 아니고, 가격 차이를 생각하면 가성비가 밀린다.
셰리 캐스크 위스키들이 공유하는 풍미의 공통점은 셰리 캐스크 위스키 공통 테이스팅 노트에 따로 정리해둬서, 캐스크별 차이를 구분하고 싶다면 같이 읽어보면 도움이 된다. 두 병 중 하나만 사야 한다면 - 가성비와 정보량으로는 글렌드로낙, 온도와 부드러움이 최우선이면 맥캘란. 이게 두 달 동안 번갈아 마셔보고 내린 결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