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스키,

[비교 시음] 맥캘란 12 셰리 vs 글렌드로낙 12(입문용 셰리 투탑)

위린이 위린이 · 수정 · 4 mins read
[비교 시음] 맥캘란 12 셰리 vs 글렌드로낙 12(입문용 셰리 투탑)

오픈한 지 두 달쯤 된 맥캘란 12년 셰리 오크와 글렌드로낙 12년 오리지널(구형)이 나란히 서 있길래, 잔 두 개 꺼내놓고 한 번에 비교해봤다. 개별 리뷰는 각자 따로 써뒀는데, 막상 같은 자리에서 한 모금씩 왕복하면서 마시니 글로 읽었을 때보다 차이가 훨씬 선명하게 잡힌다. 이 포스팅은 그 “나란히 놓고 마실 때” 관점으로만 정리한다.

왜 이 두 병인가

흔히 국내에서 “셰리 입문 3대장”이라고 불리는 세 병이 있다. 맥캘란 12, 글렌드로낙 12, 글렌파클라스 15. 가격대가 겹치고, 접근성이 좋고, 셰리 비중이 높다는 공통점으로 묶인다.

근데 3대장 중 글렌파클라스는 이 비교에서 일부러 뺐다. 황 노트가 확실히 강한 편이라 “셰리 단맛” 축으로 놓고 보면 결 자체가 달라진다. 글렌파클라스는 차라리 로얄 브라클라 12년 쪽과 비교하는 게 결이 맞다. 오늘은 “달콤한 셰리”라는 한 축에서 두 병만 놓고 본다.

  • 맥캘란 12년 셰리 오크: 올로로소 시즈닝 유러피안 오크 100%, 40%
  • 글렌드로낙 12년 오리지널(구형): 올로로소 + PX 혼합, 43%

개별 리뷰는 각각 맥캘란 12년 셰리 오크 리뷰, 글렌드로낙 12년 구형 리뷰에 정리해뒀다.

맥캘란 12 vs 글렌드로낙 12 비교표

항목 맥캘란 12 셰리 오크 글렌드로낙 12 오리지널(구형)
캐스크 올로로소 시즈닝 유러피안 오크 100% 올로로소 + PX 혼합
도수 40% 43%
향 방향 연한 셰리, 건과일, 향신료 사과, 데미소다, 시원한 달콤함, 바닐라
맛 방향 셰리 단맛, 부드러움 일변도 묵직한 셰리 단맛, 사과, 오크
피니시 길고 따뜻함, 약한 스파이스 길고, 건과일·건포도
바디 가볍고 매끈함 오일리하고 묵직함

숫자만 보면 도수 3% 차이지만, 나란히 마시면 이게 체감상 꽤 크다.

비교 시음 - 향

두 잔을 번갈아 들이대면 방향 자체가 다르다. 맥캘란 쪽은 “연한 셰리”라는 표현이 딱 맞는 인상이다. 건과일과 은근한 향신료가 얌전하게 올라온다. 잔을 오래 흔들어도 향이 크게 터지지 않고, 일정한 톤을 유지하는 느낌이 있다.

글렌드로낙(구형) 쪽으로 잔을 바꾸면, 첫 인상부터 다르다. 사과. 그리고 뭐랄까, 데미소다 같은 시원하고 톡 쏘는 달콤함이 먼저 튀어나온다. 그 뒤에 바닐라가 따라붙는다. 셰리 향이 압도적으로 앞에 서 있는 맥캘란과 달리, 글렌드로낙은 과실의 생기가 전면에 나와 있어서 향만 비교하면 오히려 더 가벼워 보이는 착각이 들 정도다.

향만 놓고 보면 맥캘란은 건과일 쪽, 글렌드로낙 구형은 생과일 쪽이다. 같은 셰리 캐스크라도 올로로소 단일과 올로로소+PX 혼합이 어떻게 다르게 나타나는지가 향에서부터 바로 갈린다.

비교 시음 - 맛

맛은 향에서 느꼈던 인상이 반쯤 뒤집힌다.

맥캘란을 먼저 한 모금 머금으면, 셰리의 단맛이 부드럽게 퍼지면서 입 안 어디에도 걸리지 않고 넘어간다. 40%라는 도수가 여기서 드러나는데, 질감이 얇고 매끈하다. “부드러움”이라는 축 하나만 놓고 보면 이 가격대에서 맥캘란 12 셰리 오크 이길 게 잘 없다. 대신 딱 거기까지다. 어떤 레이어가 더 있냐고 물으면 대답하기 애매하다.

글렌드로낙 구형으로 넘어가면, 향에서 느꼈던 시원한 달콤함이 입 안에서는 거의 사라진다. 대신 묵직한 셰리 단맛이 자리를 잡고, 사과의 과실감과 오크의 구조가 붙는다. 43%라는 도수 때문인지, 약간 더 바디감이 느껴지는듯 하기도 하다. 한 모금의 정보량이 맥캘란보다 눈에 띄게 많다. PX가 섞인 덕분으로 봐야 한다.

같이 마시면 “부드러움의 맥캘란 vs 레이어의 글렌드로낙” 구도가 꽤 선명하게 그려진다.

비교 시음 - 피니시

피니시는 둘 다 긴 편이다. 근데 남는 맛이 다르다.

맥캘란은 따뜻함이 중심에 있다. 목을 넘어간 뒤에 가슴이 데워지는 감각이 길게 이어지고, 아주 약한 스파이스가 혀 안쪽에 남는다. 여기서 재미있는 건 안주가 들어갔을 때의 변화인데, 이베리코 하몽을 한 조각 씹고 바로 맥캘란을 넘기면 피니시가 완벽한 다크초콜릿으로 바뀐다. 이 조합은 진짜 추천할 만하다. 하몽의 짭짤한 지방이 셰리의 단맛 위에 얹히면서 카카오 뉘앙스를 만들어낸다.

글렌드로낙 구형은 피니시가 훨씬 “실체” 있는 쪽이다. 건과일과 건포도가 입 안에 오래 남는다. 맥캘란의 피니시가 온도 감각 위주라면, 이쪽은 맛 자체가 길게 끌린다. 개인적으로 피니시에서 뭔가 씹히는 듯한 감각을 좋아하는 편이라, 한 잔을 다 비운 뒤 빈 잔을 코에 대고 한참 킁킁거리게 되는 건 글렌드로낙 쪽이다.

근소한 차이로 글렌드로낙 승

둘 다 입문 때 데려온 병이다. 솔직히 지금은 둘 다 손이 잘 안 간다. 셰리의 단맛 자체가 취향에서 조금 벗어난 이유도 있다. 같은 “달콤함”이라도 요즘은 글렌모렌지 16년 더 넥타 도르 쪽의 과실·꿀 계열이 훨씬 더 취향에 가깝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 두 병만 놓고 우열을 가리자면, 근소한 차이로 글렌드로낙 12년 구형 승이다. 맥캘란은 부드러움이라는 한 가지 미덕이 너무 뚜렷한 대신, 40% 도수에서 오는 정보량의 한계가 같이 앉혀놓고 마시면 금방 드러난다. 글렌드로낙 쪽이 한 모금에 들어 있는 요소의 수가 더 많다.

구형이라 그런지, 아니면 원래 레시피 차이인지는 확실히 말하기 어렵다. 다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초보 때 웃돈 주고 글렌드로낙 12 구형을 산 건 지금 돌이켜보면 딱히 좋은 선택은 아니었다. 지금 다시 돌아간다면 트레이더스에서 판매하는 신형 + 글렌캐런 잔 세트를 샀을 것 같다. 구형이라고 해서 마법처럼 다른 건 아니고, 가격 차이를 생각하면 가성비가 밀린다.

셰리 캐스크 위스키들이 공유하는 풍미의 공통점은 셰리 캐스크 위스키 공통 테이스팅 노트에 따로 정리해둬서, 캐스크별 차이를 구분하고 싶다면 같이 읽어보면 도움이 된다. 두 병 중 하나만 사야 한다면 - 가성비와 정보량으로는 글렌드로낙, 온도와 부드러움이 최우선이면 맥캘란. 이게 두 달 동안 번갈아 마셔보고 내린 결론이다.

위린이

Written by ✍️ 위린이

위스키 테이스팅, 자동차, 투자·부동산, 맛집, 개발을 기록하는 위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