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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리 & 약피트] 벤로막 10년 리뷰(가성비, 강추)

Spemer Spemer · 수정 · 3 mins read
[셰리 & 약피트] 벤로막 10년 리뷰(가성비, 강추)

스페이사이드 위스키 하면 보통 글렌피딕, 맥캘란, 글렌리벳 같은 대형 증류소부터 떠올리게 된다. 부드럽고 과일 향 풍부한, 그 전형적인 스페이사이드 스타일 말이다. 근데 벤로막(Benromach)은 좀 다르다. 스페이사이드에서 피트를 쓰는 증류소라니, 처음 들었을 때 “그게 되나?” 싶었다. 근데 막상 마셔보니까 이게 꽤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 피트가 아일라처럼 들이받는 게 아니라, 은근슬쩍 뒤에서 잡아주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벤로막 10년은 그래서 내가 “스페이사이드의 숨은 보석”이라고 부르는 병이다.

벤로막 증류소 소개

  • 지역: 스페이사이드 포레스. 스페이사이드에서 가장 작은 증류소
  • 설립: 1898년. 1983년 폐쇄 후 독립병입업체 고든 앤 맥페일이 인수, 1998년 재개장
  • 특징: 10~12ppm 라이트 피트 사용 - 스페이사이드에서 피트를 쓰는 거의 유일한 곳
  • 직원 수: 두세 명이 전체 생산 과정을 담당하는 소규모 운영

고든 앤 맥페일이 벤로막을 인수할 때 1960년대 이전 스페이사이드 스타일 - 가벼운 피트를 사용하는 전통 방식 - 을 부활시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고 한다. 아일라처럼 피트가 들이받는 게 아니라, 스페이사이드의 과일 향과 셰리의 단맛 위에 피트가 은근히 얹혀지는 구조다. 벤로막 10년은 재개장 이후 첫 코어 레인지 보틀이기도 하다.

벤로막 대표 라인업

벤로막의 라인업은 규모에 비해 꽤 다양한 편이다.

벤로막 대표 라인업 비교

  • 벤로막 10년 - 라이트 피트 + 셰리/버번 캐스크 조합의 간판
  • 벤로막 15년 - 셰리 영향이 더 깊은 업그레이드 버전
  • 벤로막 오가닉(Organic) - 유기농 인증, 가볍고 플로럴한 스타일
  • 벤로막 피트 스모크(Peat Smoke) - 헤비 피트, 아일라급 스모키함
  • 벤로막 캐스크 스트렝스 빈티지 - 빈티지별 한정판, 57~60% ABV

벤로막 10년 테이스팅 노트

벤로막의 얼굴인 10년.

벤로막 10년 싱글몰트 위스키

향 (Nose)

글라스에 따르면 제일 먼저 올라오는 건 가벼운 피트 스모크다. 아일라처럼 확 덮치는 게 아니라, 살짝 모닥불 연기를 맡는 정도. 그 뒤로 청사과, 레몬 껍질 같은 상큼한 과일 향이 따라오고, 토피(toffee)의 달콤함이 은근히 깔린다. 좀 더 기다리면 몰트의 고소함이 올라오면서 허브 같은 그린 노트가 나타난다. 셰리 캐스크의 영향은 아주 은근한 편인데, 주의 깊게 맡으면 건포도 같은 달콤함이 뒤쪽에 살짝 있다. 전체적으로 복합적이면서도 무겁지 않은, 딱 “코를 들이밀게 만드는” 향이다.

맛 (Palate)

입에 넣으면 몰티함이 먼저 잡힌다. 몰트의 고소함이 중심을 잡고, 셰리에서 온 달콤함이 그 옆에서 함께 간다. 미디엄 바디의 깔끔한 질감인데, 적당히 긴장감 있는 밸런스가 벤로막 10년의 매력이다. 전반적으로 “여러 맛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느낌이라고 할까.

피니시 (Finish)

피니시에서 약한 스모크와 피트가 마무리를 장식한다. 몰티한 단맛과 셰리가 깔린 가운데, 마지막에 피트가 살짝 고개를 내미는 구조. 라가불린 16년처럼 몇 분씩 여운이 남는 타입은 아니지만, 그 대신 잔이 금방 비는 깔끔함이 있다.

벤로막 10년에 어울리는 안주

  • 오렌지 초콜릿 - 벤로막의 시트러스, 초콜릿 노트가 오렌지 초콜릿과 그대로 연결된다
  • 양고기 (램 초프) - 라이트 피트의 은은한 스모키함이 양고기의 독특한 풍미와 잘 맞는다

마치며

벤로막 10년은 스페이사이드 과일 향에 라이트 피트를 얹는다는 발상 자체가 독특하고, 이 가격대에서 이런 개성을 가진 병이 별로 없다. 대형 증류소의 대량 생산 위스키에 질렸다면, 두세 명이 정성 들여 만드는 이 작은 증류소의 위스키가 꽤 신선하게 다가올 거다.

음용 방식은 니트가 가장 좋다고 생각하는데, 물을 한두 방울 떨어뜨리면 피트 뒤에 숨어있던 과일 향이 좀 더 열리기도 한다. 하이볼로 만들어도 스모키한 배경이 살아있어서 의외로 잘 어울린다. 가격도 스페이사이드 10년 숙성 싱글몰트 기준으로 합리적인 편이니, 기회가 되면 한 번 시도해보길. 후회하지 않을 거다.

Spemer

Written by ✍️ Spe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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