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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트] 라가불린 16년 [향, 맛, 피니시] 리뷰

위린이 위린이 ㆍ 수정 3 mins read
[피트] 라가불린 16년 [향, 맛, 피니시] 리뷰

아일라 위스키를 처음 접했을 때의 그 충격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분명 위스키인데, 한 모금 머금는 순간 바닷가 모닥불 옆에 앉아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 첫 경험이 바로 라가불린이었다. 처음에는 솔직히 “이게 맞아?” 싶었는데, 두세 모금 지나니까 이 묘한 스모키함에 빠져들었다. 그 이후로 아일라 위스키, 그중에서도 라가불린을 꽤 자주 찾게 됐다.

라가불린이 이렇게까지 묵직한 이유

  • 위치: 아일라 섬 남쪽 해안, 작은 만 안에 아늑하게 들어앉아 있다. 앞에 더니베그 성 폐허가 보인다
  • 설립: 1816년. 이 자리에서 1742년부터 밀주를 만들었다는 기록이 있다고
  • 별명: “아일라의 귀족(The Aristocrat of Islays)”
  • 핵심 차별점: 아일라에서 가장 느린 증류 - 2차 증류에 9시간 이상

이 느린 증류가 강한 피트에도 불구하고 부드럽고 라운드한 질감을 만들어내는 비결이다. 아드벡이 강렬함, 라프로익이 날카로움이라면, 라가불린은 피트의 힘을 셰리 캐스크의 단맛으로 감싸 우아하게 마무리하는 스타일이라고 본다.

라가불린 대표 라인업

라가불린의 정규 라인업은 크게 네 가지로 나뉜다.

제품 캐스크 도수 특징
8년 버번 캐스크 48% 피트가 생생하고 시트러스
16년 버번 + 셰리 캐스크 43% 이 집의 간판
디스틸러스 에디션 버번 + PX 셰리 피니시 43% 건과일 달콤함 추가
12년 캐스크 스트렝스 버번 캐스크 56~57% 연간 한정, 가장 원초적인 라가불린

라가불린 16년 테이스팅 노트

라가불린의 간판이자 아일라 싱글 몰트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16년.

라가불린 16년 싱글몰트 위스키

구분 주요 풍미
향(Nose) 은은한 스모크, 고소한 견과, 오크, 몰티 스위트, 약한 짭짤함
맛(Palate) 스모키 + 오크, 몰트 단맛, 오일리한 바디, 후반 짭짤함
피니시(Finish) 길고 부드러운 스모크, 볶은 견과류의 고소함

스모크부터 시작한다. 방금 오픈했는데도 알코올이 치는 느낌은 거의 없고, 편안하고 은은한 스모크가 코 전체를 감싼다. 고소함과 약간의 견과류 향이 스모크 사이로 비치고, 오크와 몰티한 단 향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진다. 라프로익 같은 병원 냄새는 다른 아일라 피트에 비해 약한 편인데, 대신 벤로막 10년에서 셰리향을 빼고 스모크와 몰트를 키운 쪽에 가깝다. 스모크, 몰티한 단 향, 고소함, 오크 등이 겹겹이 쌓여 있으면서도 하나로 녹아있다. 아일라 위스키라는 걸 알고 맡아서 그런지, 아주 미약하지만 굴 같은 짭짤한 뉘앙스도 있다.

입에 들어오자마자 스모키함과 약간의 오크가 먼저 치고 들어온다. 몰트의 단 맛이 그 뒤를 따르면서 바디감이 확실히 느껴지는데, 스파이스는 의외로 매우 약한 편이다. 입 안의 질감이 오일리하면서 부드러운데, 이게 느린 증류의 결과라고 한다. 후반부로 갈수록 약간의 짭짤한 맛이 더해지면서 전체적인 풍미에 깊이를 보탠다.

16년 숙성이 피트의 거친 면을 많이 깎아놓은 느낌이다. 8년을 마셔보면 같은 증류소인데 확실히 다르다. 16년은 다 녹아서 하나가 된 맛이다.

피니시

피니시도 스모크. 근데 강렬하게 들이받는 게 아니라 은은하게 오래가는 쪽이다. 목넘김이 굉장히 부드럽고, 삼킨 뒤에 볶은 견과류의 고소한 너티함이 올라온다. 불쾌하지 않게 지속되는 편안한 스모키함이 입 안에 한참 머무는데, 개인적으로 이 여운이 라가불린 16년의 가장 큰 매력 포인트다.

라가불린 16년에 어울리는 안주

  • 생굴 / 석화 - 라가불린의 해양성 미네랄과 스모키한 피트가 굴의 바다 향과 시너지. 굴 위에 위스키 한 방울은 클래식
  • 양고기(램 초프) - 피트의 강한 개성이 양고기의 독특한 누린내를 잡아주면서 풍미가 겹쳐진다

다시 마실 때 기대하는 것

처음 라가불린 16년을 마신 건 겨울이었는데, 피트 연기 사이로 올라오는 셰리의 단맛이 묘하게 계절과 잘 맞았던 기억이 난다. 보틀즈 논현점에서 13만 중반에 업어왔던 한 병이다. 그 뒤로 아일라 위스키를 여러 종류 마셔봤지만, 결국 라가불린 16년은 자꾸 돌아오게 되는 위스키다. 피트가 덜한 아일라가 궁금하면 같은 섬의 부나하벤 12년이 있다. 라가불린 16년의 결을 더 저렴한 가격에 맛보고 싶다면 일리악 CS도 같은 카테고리에 들어간다.

음용 방식은 개인적으로 니트(Neat)를 즐긴다. 물 몇 방울을 떨어뜨리면 숨어있던 단맛이 더 잘 올라오기도 한다. 얼음은… 글쎄, 라가불린 16년에 얼음을 넣는 건 좀 아까운 느낌이 있다.

라가불린 16년은 시간을 두고 마실 때 더 재밌다. 잔에서 시간이 지날수록 피트 뒤에 숨어있던 셰리 단맛이 점점 올라온다.

총평: ★★★★★ ★★★★★ 3.9점
위린이

Written by ✍️ 위린이

위스키 테이스팅, 자동차, 투자ㆍ부동산, 맛집, 개발을 기록하는 위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