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렌디드 스카치에 대한 편견이 확 깨지는 병이 가끔 있다. 듀어스 12년이 딱 그런 케이스였는데, 홈플러스에서 4만 원대에 집어와서 이 가격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부드럽고 깔끔했다. 더블 에이징이라는 공법이 괜히 있는 게 아니구나 싶었던 한 병.
듀어스 브랜드 소개
듀어스(Dewar’s)는 1846년 스코틀랜드 퍼스에서 존 듀어가 만든 블렌디드 스카치 브랜드다. 블렌드의 심장은 하이랜드의 에버펠디 증류소인데, 내 생각엔 에버펠디 특유의 허니한 캐릭터가 듀어스 라인업 전체의 맛을 결정짓는다.
더블 에이징이 만드는 질감
듀어스 12년의 정식 이름은 “The Ancestor”. 핵심은 더블 에이징(Double Ageing) 공법이다. 보통 블렌디드는 원액을 섞어서 바로 병입하는데, 듀어스는 블렌딩 후 다시 오크 캐스크에 넣어 추가 숙성시킨다. 이 과정 덕에 원액 간의 각이 부드럽게 녹아들고 매끄러운 질감이 만들어진다.
대표 라인업
듀어스는 입문용부터 울트라 프리미엄까지 꽤 넓은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 제품 | 숙성 방식 | 도수 | 특징 |
|---|---|---|---|
| 화이트 라벨 | NAS | 40% | 하이볼 베이스로 가장 많이 쓰이는 기본 라인 |
| 8년 | 마리잉 숙성 | 40% | 가벼운 입문 라인, 데일리 가성비 |
| 12년(The Ancestor) | 더블 에이징 | 40% | 오늘의 주인공 |
| 15년 / 18년 | 더블 에이징 | 40% | 숙성에 따라 복합성이 깊어지는 라인 |
| 25년 / 더블더블 시리즈 | 4단계 숙성 | 46% | 프리미엄 라인 |
시음
듀어스 12년을 한 잔 따라보자.

향
꿀. 에버펠디 원액 특유의 허니한 캐릭터가 확실하게 느껴지는데, 그 위로 바닐라, 시리얼 몰트의 고소함이 겹겹이 쌓인다. 헤더 꽃의 은은한 플로럴함, 청사과의 가벼운 산뜻함도 있고, 코끝에 살짝 걸리는 라이트 스모크가 전체를 지루하지 않게 잡아준다. 공격적인 알코올 자극은 거의 없고, 전반적으로 편안한 향.
맛
부드럽다. 원액들 사이에 각이 없다. 더블 에이징의 효과가 여기서 바로 느껴지는데, 하나로 매끄럽게 연결된 느낌이다. 크리미한 꿀, 토피의 달콤함이 혀 위를 먼저 감싸고, 오트 비스킷 같은 고소한 시리얼 터치가 이어진다. 중간에 젠틀한 시트러스가 스쳐가면서 산뜻하게 환기시켜주고, 가벼운 오크 스파이스가 뒤에서 존재감을 준다. 단맛과 고소함의 밸런스가 상당히 좋아서, 개인적으로 한 모금 한 모금이 편안하게 느껴졌다.
피니시
미디엄 길이의 깔끔한 피니시. 꿀과 몰트의 달콤한 여운이 입 안에 남으면서, 은근한 온기가 목을 타고 내려간다. 소프트한 스모크가 마지막에 아주 살짝 얼굴을 비추고 조용히 사라지는 느낌. 무겁지 않고 깨끗하게 끝나는 편이라 다음 한 잔이 자연스럽게 당기는 타입이다.
듀어스 12년 정리
4~5만 원대에서 이 정도의 부드러움과 완성도를 보여주는 블렌디드가 많지 않다. 더블 에이징이 주는 매끄러운 질감은 같은 가격대에서 확실히 차별화되는 포인트다. 니트로 천천히 마셔도 좋고, 하이볼로 가볍게 즐겨도 꿀과 토피의 달콤함이 잘 살아서 어떤 방식이든 실패하기 어렵다. 듀어스 라인업 안에서 위로 올라가려면 듀어스 더블더블 21년이나 한정판 듀어스 18년 미즈나라 캐스크 피니시가 다음 단계로 자연스럽고, 프리미엄 블렌디드가 궁금해졌다면 로얄살루트 21년까지 한번 올라가 보는 것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