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트코에서 12.9만원에 집어왔다. 듀어스 18년 미즈나라 캐스크 피니시. 12년과 더블더블 21년을 맛있게 마셨던 터라 이 한정판도 기대가 컸다. 일반 마트에서는 16만원 언더로 보이던데, 코스트코가 꽤 싸게 푸는 편이다.
40% ABV에 700ml, 아시아 시장 타겟으로 나온 한정판이다. 블렌디드 스카치를 오크 캐스크에서 숙성한 뒤 일본 미즈나라(물참나무) 캐스크로 피니시한 것. 일본 위스키에서 이름값을 하는 캐스크가 블렌디드 스카치에 붙은 게 이 병의 핵심이다.

미즈나라 캐스크란
미즈나라(Mizunara)는 일본어로 ‘물참나무’다. 홋카이도와 동북아에 자생하는 일본 고유종. 유럽·미국산 오크보다 성장이 느리고 조직이 거칠어 캐스크로 만들기 까다롭다고 한다.
풍미 특성:
- 백단향, 인센스 노트
- 코코넛, 꿀, 바닐라
- 오리엔탈 스파이스
희소해서 일본 위스키에서도 대량 투입은 드물다. 블렌디드 스카치가 이 캐스크를 쓴다는 것 자체가 프리미엄 포인트.
테이스팅 노트
색이 눈에 띈다. 매우 연하다. 꿀색보다 옅은 쪽. 라벨지는 예쁘다.
향 (Nose)
알콜 부즈가 없다. 40도라서 그럴 수도 있는데, 이 정도 깔끔한 노즈는 블렌디드에서 드물다. 꿀과 바닐라가 먼저 올라오고, 은은한 우디함과 셰리가 깔린다. 미즈나라 특유의 백단향은 의외로 약하지만, 글라스에 코를 오래 묻고 있으면 절간 냄새 같은, 약간 인센스 계열 뉘앙스가 스친다. 전체적으로 둥글둥글.
맛 (Palate)
매우 부드럽다. 꿀물 맛이 먼저 오고, 아몬드·헤이즐넛 계열 견과류가 살짝 얹힌다. 오크 영향이다. 향의 셰리가 맛에서도 이어진다. 바디감은 미디엄에서 약간 라이트. 40도 도수가 맛의 깊이에 한계를 만든다.
피니시 (Finish)
셰리, 부드러운 스파이스, 오크, 미즈나라의 인센스 뉘앙스가 복합적으로 올라온다. 약간 아침햇살 음료수 같은 곡물의 달짝지근함도 스치는데, 시간이 지나면 끝에서 쌉쌀함이 올라온다. 미디엄 길이.
듀어스 더블더블 21년과 비교
더블더블 21년 기준으로 기대치를 잡고 갔는데, 18년 미즈나라는 그만큼 채워주지 못했다. 맛이 없다는 게 아니라 가격 대비로는 훌륭하다. 다만 더블더블 21년의 짜임새에 비하면 이쪽은 ‘부드럽게 편하게’에 기울어 있다. 한국 시장 타겟 한정판이라 부드러움과 40도 도수로 선물용에 맞춘 세팅 같다. 3도만 더 높았어도 다른 병이 됐을 거다.
셰리가 전 구간에 일관된 건 장점이면서 동시에 아쉬운 부분이다. ‘미즈나라 피니시’를 표방한 병인데 기대했던 백단향·인센스가 셰리에 가려 뒤로 밀린다. 미즈나라 개성을 보러 집어든 입장에선 이 부분이 걸린다.
듀어스 18년 미즈나라에 어울리는 안주
- 아몬드, 헤이즐넛 - 미즈나라의 너트감과 자연스럽게 맞는다
- 정갈한 일식 (사시미, 절임류) - 미즈나라의 일본적 뉘앙스와 궁합이 좋고, 40도에 무겁지 않은 안주가 어울린다
마치며
평점 3.9. 기대가 너무 컸다. 12.9만원에 18년 블렌디드 + 미즈나라 피니시 스펙이면 가성비 자체는 합리적이다.
근데 손이 자주 갈 병이냐. 아니다. 이 가격이면 글렌모렌지 16년 더 넥타를 한 병 더 사는 쪽이다. 맛있긴 한데 인상적이지는 않다. 그래도 18년 미즈나라 피니시를 이 가격에 만날 기회가 흔치 않은 것도 사실. 코스트코에서 보이면 한 병 사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