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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리] 글렌알라키 10년 CS 배치 12 리뷰

Spemer Spemer · 수정 · 4 mins read
[셰리] 글렌알라키 10년 CS 배치 12 리뷰

캐스크 스트렝스 위스키의 매력을 알게 된 건 글렌알라키 덕분이었다. 처음에는 “60도 가까운 위스키를 어떻게 마시지?” 싶었는데, 한 모금 머금는 순간 도수가 아니라 풍미의 밀도에 먼저 압도당했다. 다크 초콜릿, 체리 콤포트, 에스프레소가 한꺼번에 밀려오는데, 이건 일반 도수 위스키에서는 절대 경험할 수 없는 차원의 맛이었다. 물을 넣어도, 니트로 마셔도, 얼음을 넣어도 무너지지 않는 그 견고한 풍미. 그게 캐스크 스트렝스의 진짜 힘이라는 걸 글렌알라키가 가르쳐줬다.

글렌알라키 증류소 소개

  • 설립: 1967년, 스페이사이드 아벨라워 근처
  • 전환점: 2017년 빌리 워커 인수. 글렌드로낙벤리악을 되살린 캐스크 선별의 달인
  • 스타일: 스페이사이드치고 묵직하고 진한 편. 셰리 캐스크를 적극 활용해 하이랜드 셰리 위스키에 가까운 느낌

이 위스키의 탄생 배경

워커가 인수 후 가장 먼저 한 일 중 하나가 캐스크 스트렝스 시리즈다. 블렌드용 원액들을 희석 없이 그대로 보여주는 게 잠재력을 증명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었으니까.

10년 CS는 배치마다 캐스크 구성이 다르다. PX 셰리, 올로로소, 버진 오크, 리오하 와인 캐스크 등을 그때그때 최적 조합으로 배팅하는 방식. 배치 12는 칠필터링 없이, 인공 색소 없이, 원액 그대로의 도수로 병입한다. 마음에 드는 배치를 발견하면 여분까지 확보해두는 게 마니아들 사이의 암묵적인 룰이다.

글렌알라키 대표 라인업

빌리 워커 체제 이후 전 라인업이 46% 이상 병입, 논칠필터드, 무색소 첨가 원칙을 지키고 있다.

글렌알라키 대표 라인업 비교

  • 10년 캐스크 스트렝스 - 배치마다 캐스크 구성이 다르다. 57~59%. 오늘의 주인공
  • 12년 - 셰리 + 버진 오크, 46%. 입문용 가성비
  • 15년 - 네 가지 캐스크 배팅. 별도 리뷰 있음
  • 18년 - PX + 올로로소 셰리. 합리적인 가격대의 장기 숙성

글렌알라키 10년 캐스크 스트렝스 배치 12 테이스팅 노트

배치 12는 PX 셰리, 올로로소 셰리, 레드 와인, 버진 오크 캐스크를 조합해서 만들어졌다. 도수는 59.7%인데, 병에서 따를 때부터 뭔가 진한 녀석이라는 게 느껴진다. 색상부터가 진한 호박색이라 셰리 캐스크의 영향이 눈으로도 보인다.

글렌알라키 10년 캐스크 스트렝스 배치 12 싱글몰트 위스키

향 (Nose)

글라스에 코를 가져다 대면 먼저 다크 초콜릿이 확 올라온다. 카카오 함량 80% 이상의 진한 초콜릿, 그런 느낌. 바로 뒤에 체리 콤포트 - 체리를 설탕에 졸인 것 같은 달콤하고 진한 과일 향이 따라오고, 토피와 시나몬 스파이스가 그 아래 깔려 있다. 말린 오렌지 껍질의 시트러스 뉘앙스도 슬그머니 얼굴을 내밀고, PX 셰리 캐스크에서 온 진한 건과일 향이 전체를 감싼다.

거의 60도에 가까운 도수답게 알코올의 존재감이 처음에는 좀 있는데, 1~2분 정도 글라스에서 쉬게 해주면 알코올이 빠지면서 그 밑에 숨어있던 향들이 더 선명하게 올라온다. 물을 한두 방울 넣으면 토피 향이 더 두드러지고, 약간의 꿀 뉘앙스도 나타난다.

맛 (Palate)

첫 모금의 임팩트가 상당하다. 캐스크 스트렝스답게 입 안에서 풍미가 폭발하듯 퍼지는데, 스튜드 다크 프루트 - 졸인 자두, 체리, 블랙커런트 같은 진한 과일 맛이 먼저 치고 들어온다. 바로 뒤에 모카와 호두의 고소한 풍미가 따라오고, 생강의 뜨끈한 열감이 입 안 전체로 퍼진다.

질감이 정말 두껍다. 오일리하다 못해 시럽 같은 느낌이랄까. 이 두꺼운 마우스필이 캐스크 스트렝스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인데, 일반 도수 위스키에서는 느끼기 힘든 촉감이다.

물을 조금 넣으면 과일 풍미가 좀 더 밝아지면서 초콜릿 무스 같은 크리미한 뉘앙스가 나타난다. 개인적으로는 니트로 한 모금, 물 넣고 한 모금 번갈아 가면서 마시는 게 이 위스키를 가장 다양하게 즐기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피니시 (Finish)

피니시가 아주 길다. 10년인데 이 정도 피니시면 대단한 거다. 에스프레소의 쌉쌀함이 먼저 남고, 다크 초콜릿의 진한 여운이 그 위를 덮는다. 따뜻한 스파이스 - 생강, 시나몬, 약간의 후추 - 가 목을 타고 내려가면서 건과일의 달콤함과 섞여 오래도록 머문다.

삼킨 후에도 입 안에 진한 셰리 프루트의 잔향이 수 분간 남아있는데, 이 긴 피니시 덕분에 한 잔을 마시는 데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린다. 좋은 의미에서. 한 모금 마시고, 피니시를 즐기고, 또 한 모금. 이렇게 마시다 보면 어느새 한 시간이 훌쩍 지나있다.

글렌알라키 10년 CS에 어울리는 안주

  • 소고기 스테이크 (립아이) - 캐스크 스트렝스의 강렬함이 지방 풍부한 스테이크의 육즙과 균형을 잡는다
  • 다크 초콜릿 트러플 - 셰리 캐스크의 건포도, 스파이스 노트가 트러플의 진한 카카오와 폭발적인 조합

마치며

캐스크 스트렝스 위스키를 아직 안 마셔봤다면, 글렌알라키 10년 CS는 꽤 좋은 시작점이다. 도수가 높다고 해서 그냥 독한 위스키가 아니라, 그 도수 안에 풍미의 밀도가 빽빽하게 들어차 있는 위스키다. 물로 자기 취향에 맞는 도수까지 조절하면서 마실 수 있다는 것도 캐스크 스트렝스의 장점이고.

배치 넘버에 따라 맛이 다르다는 것도 재미있는 포인트다. 같은 글렌알라키 10년 CS인데 배치 10과 배치 12의 맛이 상당히 다를 수 있다. 마음에 드는 배치를 발견하면 하나 더 사둘 것. 다음 배치에서 같은 맛이 나온다는 보장이 없으니까.

가격 대비 만족도로 따지면, 현재 시장에서 구할 수 있는 캐스크 스트렝스 위스키 중 최고 수준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같은 CS 카테고리에서 비교하자면 아벨라워 아부나흐도 셰리 캐스크 스트렝스의 강자인데, 글렌알라키 쪽이 좀 더 다크 프루트 계열이 진하고 아벨라워는 스파이스가 더 앞에 서는 느낌이다. 빌리 워커가 이 증류소에서 뭘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면, 이 병 하나로 충분히 답을 얻을 수 있을 거다. 스페이사이드의 배치/캐스크 스트렝스를 더 탐색하고 싶다면 더 글렌그란트 15년 배치 스트렝스도 재미있는 비교 대상인데, 글렌알라키가 셰리의 묵직한 힘이라면 글렌그란트는 같은 고도수에서도 가볍고 화사한 쪽으로 빠지는 스타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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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 Spe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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