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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라] 일리악 CS 리뷰 [향, 맛, 피니시]

위린이 위린이 · 수정 · 3 mins read
[아일라] 일리악 CS 리뷰 [향, 맛, 피니시]

6만원 중반에 58도 캐스크 스트렝스 아일라 피트 위스키를 구할 수 있다는 건 큰 행운이다. 바로, 짐 머레이의 위스키 바이블 평점 97점을 받은 일리악 CS.

자주 가는 바틀샵 알코홀릭 드링크 톡방에서 본 정보인데, 위스키 평론가 짐 머레이가 이 보틀에 97점을 줘서 한 때 화제가 됐다고 한다. 라가불린 16년과 같은 점수라고 하니 숫자만 놓고 보면 결코 가볍게 볼 보틀이 아니다. 58% 캐스크 스트렝스 NAS 아일라 싱글몰트를 65,000원에 살 수 있다는 건 요즘 위스키 시세에 비춰보면 이례적이다.

사실 이 보틀은 예전에 한 번 마셔본 적이 있다. 오픈한 지 1년쯤 지난 병을 얻어 마셨는데, 그때 올라오던 고소한 견과류 풍미가 너무 좋아서 기억에 오래 남아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 바틀샵에서 보이자마자 망설이지 않고 집어왔다. 이번 병은 뚜따 직후라 그때의 뉘앙스와는 조금 다를 거라 예상은 했다.

테이스팅 노트

일리악 CS 아일라 싱글몰트 위스키

향 (Nose)

58도치고 알코올 부즈가 거의 없다. 코를 글라스 안쪽에 붙여도 따갑게 찌르지 않는다. 가장 먼저 치고 올라오는 건 바다내음이다. 젖은 바위, 해초, 살짝 요오드 같은 뉘앙스. 그 뒤를 피트 스모크와 훈연 향이 따라오는데, 날카롭게 박히는 게 아니라 분위기 있게 겹겹이 쌓인다. 오일리한 질감이 향에서부터 이미 느껴진다. 더 맡다 보면 배경에 고소한 견과류 향이 깔리는데, 구운 아몬드 같기도 하고 볶은 땅콩 같기도 하다. 이 지점에서 자연스럽게 굴과 함께 마시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뒤쪽으로는 아주 약한 가죽 노트도 스친다. 향만 놓고 봐도 만족도가 대단히 높다.

맛 (Palate)

입에 넣자마자 짭짤함이 먼저 와닿는다. 근데 이게 실제 소금기인지, 58도의 도수가 미탄산처럼 혀를 톡톡 자극하면서 짭짤하게 느껴지는 건지 헷갈린다. 어느 쪽이든 결과적으로 해양성 캐릭터로 이어지니까 싫진 않다. 텍스처는 향에서 예고했던 것처럼 확실히 오일리하다. 피트감은 혀 위로 천천히 퍼지는데 이 부분이 특히 분위기 있다. 아드벡 우거다일의 피트가 셰리와 한 덩어리로 굴러가는 타입이라면, 일리악 CS는 몰티함 위에 피트가 얇게 덮이는 쪽이다. 뒤쪽으로 가면 몰티한 단맛이 은근하게 배경을 잡아준다.

피니시 (Finish)

피니시는 견과류와 스모크다. 향에서 느꼈던 고소한 너트 뉘앙스가 끝까지 살아 있다. 몰티함이 여운에 함께 묻어가고, 마지막엔 담배곽 안쪽에서 나는 특유의 그 마른 잎 냄새가 올라온다. 길지도 짧지도 않은 딱 적당한 길이. 다음 한 모금을 부르는 타입의 피니시라 글라스를 내려놓기가 어렵다.

라가불린 16년 하위 호환?

솔직하게 말하면 일리악 CS는 라가불린 16년 하위 호환 느낌이 있다. 라가불린 16년이 가지는 그 우아하고 다림질된 피트, 켜켜이 쌓인 복합미까진 아무래도 따라가지 못한다. 짐 머레이의 97점 동점이라는 숫자는 숫자고, 실제로 두 병을 나란히 놓고 마시면 결이 다르다.

근데 가격표를 다시 본다. 라가불린 16년은 잘 사도 13만원대인 걸 감안하면 일리악 CS는 반값도 안 된다. 그리고 라가불린 16년은 43도, 일리악 CS는 58도 캐스크 스트렝스다. 반값도 안 되는 가격, 15도 더 높은 도수. 이 두 가지를 같이 올려놓고 보면 점수를 높게 주지 않을 수 없다. 하위 호환이라는 말이 폄하처럼 들릴 수도 있는데, 오히려 “이 가격에 라가불린 16년 근처까지 갔다”라는 얘기가 된다. 그게 더 정확한 표현이다.

마치며

6만원 중반의 NAS 58도 아일라 CS. 이 조합이 박혀 있는 보틀을 요즘 시장에서 찾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걸 생각하면, 일리악 CS는 가성비를 넘어선 가치가 있다. 하트 브라더스 피티드 아일라처럼 독립병입 아일라가 가성비 대안으로 자주 언급되는데, 일리악 CS는 여기에 캐스크 스트렝스라는 한 수를 더 얹는 셈이다.

예전에 마셨던 1년 묵은 병의 고소한 견과류 캐릭터는 뚜따 병에서 조금 덜했지만, 대신 향이 더 또렷하고 피트가 더 선명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또 다른 결로 변할 거다. 한 병 더 사둬도 후회 없을 보틀. 평점 4.5.

총평: ★★★★★ ★★★★★ 4.5점
위린이

Written by ✍️ 위린이

위스키 테이스팅, 자동차, 투자·부동산, 맛집, 개발을 기록하는 위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