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드벡 라인업에서 손이 제일 자주 가는 건 우거다일이다. 10년도 좋지만 우거다일은 결이 다르다. 셰리가 들어가서 그런가, 좀 더 어둡고 끈적하다.
아드벡(아일라) 증류소 제품이고, 54.2% 고도수 NAS에 버번과 올로로소 셰리 캐스크를 배팅해서 만든다. 국내에서는 13~15만원대. 우거다일(Uigeadail)은 게일어로 “어둡고 신비로운 곳”이라는 뜻이라더라. 아드벡에 물을 공급하는 호수 이름에서 따왔다고. 셰리 색감 보면 작명이 너무 잘 맞는 병이다.

테이스팅 노트
향 (Nose)
피트가 먼저다. 라가불린 16년이 다림질된 피트라면 우거다일은 좀 더 거친 결이다. 그 뒤로 건포도랑 말린 자두 같은 단향이 묵직하게 깔린다. 54.2도라 알코올도 꽤 치고 올라오는데, 잠깐 두면 가죽이나 담뱃잎 비슷한 뉘앙스가 슬쩍 보인다. 코를 글라스에 너무 깊이 박으면 오히려 향이 안 열리는 느낌이라 살짝 거리를 두고 맡는 게 좋다.
맛 (Palate)
셰리 단맛이 먼저 온다. 근데 금방 피트가 위에 덮인다. 따로 노는 게 아니라 한 덩어리로 굴러가는데, 이게 우거다일의 핵심이다. 다크 초콜릿, 살짝 커피, 끝에 짠맛. 풀바디에 오일리해서 입 안에 오래 머문다. 54.2도면 보통 좀 따가운데 의외로 그렇지가 않다. 하트 브라더스 피티드 아일라가 드라이하게 밀어붙이는 타입이면, 우거다일은 셰리가 피트를 감싸 안는 쪽.
피니시 (Finish)
길다. 스모크랑 단맛이 끝까지 같이 가다가 마지막에 짠맛이랑 가죽 같은 게 남는다. 라프로익 10년 셰리 오크 피니시는 메디시널한 본성 위에 셰리를 얹은 느낌이라면, 우거다일은 처음부터 같이 굴러간 느낌이라 좀 다르다.
인천 부평 뭉티기삼촌에서 콜키지로
이번엔 인천 부평의 뭉티기삼촌에서 깠다. 콜키지 2만 원. 좀 비싸긴 한데, 뭉티기가 맛있어서 참아줄만한 콜키지 가격이긴 하다.

여기 뭉티기는 진짜 인천 탑급이다. 사장님이 대구에서 직접 공수해 온다고 하더라. 그래서 늦게 가면 다 팔리고 없단다. 가고 싶으면 일찍 가야 된다. 참고로 배달은 안 된다. 무조건 매장 방문.
뭉티기랑 피트 위스키 페어링이 좀 의외로 들릴 수 있는데, 막상 해보면 납득이 된다. 참기름이랑 마늘, 고추 향이 워낙 세니까 피트가 거기에 안 밀린다. 생고기의 비릿함이랑 스모크가 만나서 묘하게 균형이 잡히는 느낌. 셰리 단맛이 참기름 고소함이랑 이어지는 부분도 좋았다.
위맥 - 피트 위스키 + 오비 생맥주
중간에 한 잔은 그냥 안 마시고 오비 생맥주에 말아 먹었다. 피트 위맥은 꽤 괜찮다. 안 해본 사람 있으면 한 번만 해봐라. 탄산이 피트를 살짝 띄워 올려서 향이 코로 더 세게 올라오는데, 알코올은 희석되는데 풍미는 오히려 더 또렷해진다. 이게 묘하다.
여기 오비 생맥주도 근본이다. 진짜 진하고 맛있다. 위맥 베이스로도 좋고 그냥 마셔도 좋고. 사장님이 라인 관리를 잘 하시는 듯.
아드벡 우거다일에 어울리는 안주
- 뭉티기(생고기 육회) - 참기름과 마늘의 고소함이 셰리의 단맛과 이어지고, 생고기의 결이 피트 스모크와 부딪히지 않고 묘하게 공존한다. 페어링이 의외인데 한 번 해보면 납득이 간다
- 다크 초콜릿 - 우거다일의 셰리 캐릭터를 정직하게 끌어올려주는 가장 안전한 조합
아일라 처음이라면 부나하벤 12년처럼 피트 약한 거부터 가는 게 맞다. 우거다일은 그 다음. 13~15만원이라 가볍진 않은데, 한 병 두고 천천히 마시기엔 아깝지 않다. 그리고 다음에 또 우거다일을 까면 안주는 또 뭉티기로 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