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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패니즈] 닛카 타케츠루 퓨어몰트 - 스카치 입맛으로 처음 마시면

위린이 위린이 ㆍ 수정 3 mins read
[재패니즈] 닛카 타케츠루 퓨어몰트 - 스카치 입맛으로 처음 마시면

스카치만 줄곧 마시다가 처음 일본 위스키 한 병을 열었다. 지인이 선물로 한 병 쥐어준 게 닛카 타케츠루 퓨어몰트였고, 입에 들어오자마자 든 생각은 “이건 스카치 자리에 그대로 끼워 넣어도 되겠는데”였다. 두 모금째에 미묘한 차이가 보였다. 이 글은 그 두 모금 사이의 간극에 대한 메모다.

스카치하고 같은 출발, 다른 도착

타케츠루 마사타카가 1918년 스코틀랜드에서 위스키 양조를 배워온 사람이라, 닛카가 만드는 위스키들이 스카치와 같은 문법을 쓰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하다. 보리, 피트, 카퍼 포트 스틸, 셰리ㆍ버번 캐스크. 출발선이 같다.

다른 건 도착 지점이다. 같은 재료로 만들었는데 마지막에 닿는 인상이 다르다. 스카치가 어딘가 거친 결을 남긴다면, 타케츠루는 그걸 한 번 정리하고 닫는 느낌이 있다. 그게 일본 위스키의 “깔끔함”이라고 흔히 부르는 부분 같다. 입에 들어오자마자 못 잡았던 차이가 두 모금째에 보인 자리가 바로 여기였다.

직접 마셔본 인상

닛카 타케츠루 퓨어몰트 위스키

코피타에 따라 잠깐 두고 마셨다.

사과. 풋사과가 아니라 잘 익은 부사 사과 쪽이다. 시트러스의 산뜻함과 꿀의 부드러운 단맛이 위에 얇게 깔린다. 바닐라 크림이 배경처럼 받쳐주고, 살짝 꽃향기 비슷한 게 코끝을 스친다. 미세한 스모키함도 있는데, 코를 가까이 대고 집중해야 잡히는 수준이다. 요이치 원액에서 온 거라고 한다. 향 단계에서 이미 “정돈된” 인상이 강하다.

부드럽다. 입에 닿는 질감이 스무스하게 퍼지면서 사과ㆍ배 같은 과수원 과일의 맛이 따라온다. 토피의 달콤함이 중간에 끼어들고, 마일드한 피트 스모크가 가볍게 존재감을 낸다. 화이트 페퍼의 살짝 매콤한 스파이스가 단맛을 잡아주는 역할을 하는데, 어느 한쪽도 튀지 않는다. 예를 들어 맥캘란 12년 셰리 오크가 셰리의 강한 캐릭터를 앞세우는 구성이라면, 타케츠루는 모든 요소를 가지런히 늘어놓고 정리한 쪽이다.

피니시

미디엄. 깔끔하게 닫힌다. 가벼운 스모크가 은은하게 남으면서 과일의 단 여운이 입 안에 머문다. 끝에 비터 초콜릿 같은 살짝 쌉쌀한 게 한 번 얼굴을 비추는데, 이것도 절제돼 있어서 거슬리지 않는다. 라가불린처럼 길게 끌고가는 피니시는 아니지만, 깔끔한 마무리에 여운은 분명히 남는다.

요이치와 미야기쿄, 두 증류소가 한 병에

타케츠루 퓨어몰트는 닛카가 가진 두 증류소의 원액을 섞어 만든다. 1934년 홋카이도에 세운 요이치는 묵직하고 피티한 캐릭터, 1969년 도호쿠에 세운 미야기쿄는 가볍고 프루티한 캐릭터를 낸다고 한다. 위에서 잡은 “사과”가 미야기쿄 쪽, “은은한 스모크”가 요이치 쪽으로 짐작된다.

타케츠루 마사타카는 산토리에서 야마자키를 함께 세운 뒤 독립해 닛카를 만든 사람이다. 일본 위스키의 두 흐름이 거기서 갈라져 지금까지 이어진다. 닛카 라인업 안에서도 비슷한 구조가 보인다. 요이치와 미야기쿄 각각의 싱글 몰트가 따로 있고, 카페 스틸 그레인 위스키인 코피 그레인이나 버번에 가까운 단맛을 내는 코피 몰트가 있고, 가성비 명작으로 불리는 프롬 더 배럴(51.4%) 같은 캐스크 스트렝스급 블렌디드가 있다. 타케츠루 퓨어몰트는 그 사이에서 두 몰트를 묶는 자리에 놓인다.

12ㆍ17ㆍ21년이 사라진 다음

옛 타케츠루 라인업에는 12년, 17년, 21년이 있었다고 한다. 일본 위스키 붐으로 수급이 무너지면서 전부 단종됐고, 지금 시장에서 살 수 있는 건 NAS 한 종뿐이다.

NAS라는 게 곧 열화판이라는 뜻은 아닌 것 같다. 숙성 연수 표기가 사라진 대신 블렌더가 원액 비율을 더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게 되는 측면이 있다. 다만 과거 17년이나 21년을 기억하는 사람이면 차이를 느낀다는 후기는 자주 보인다. 내 입맛에선 비교 대상이 없으니 단정하기 어렵다.

정리

스카치만 마셔온 사람이 일본 위스키가 뭔지 한 번에 잡고 싶다면 타케츠루가 출발점으로 괜찮다. 산토리 히비키가 블렌디드의 정수 쪽이라면, 타케츠루는 일본 몰트의 정수에 더 가까운 자리에 있다고 본다.

니트가 기본인데, 미즈와리(물 1:1~1:2)로 마시면 섬세한 향이 오히려 더 잘 열린다는 후기를 자주 본다. 실제로 해보니 향의 레이어가 한 겹 더 풀린다. 하이볼도 잘 받는다. NAS인 점이 약간 아쉽기는 한데, 이 가격대에서 이 정도 일본 몰트를 살 수 있다면 그것대로 의미가 있다.

총평: ★★★★★ ★★★★★ 3.7점
위린이

Written by ✍️ 위린이

위스키 테이스팅, 자동차, 투자ㆍ부동산, 맛집, 개발을 기록하는 위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