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프로익 하면 떠오르는 건 역시 그 특유의 병원 냄새다. 약품, 요오드, 소독약.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데, 좋아하는 사람은 이 냄새 때문에 라프로익을 찾는다. 나도 그쪽이다. 그래서 라프로익 10년 셰리 오크 피니시가 나왔을 때 궁금했다. 그 메디시널한 캐릭터에 셰리가 얹어지면 어떻게 될까.
먼저 확실히 해둘 부분. 이건 일반 라프로익 10년과 다른 제품이다. 일반 10년은 아메리칸 오크 버번 캐스크에서 숙성 후 40%로 병입되지만, 셰리 오크 피니시는 버번 캐스크 숙성 후 올로로소 셰리 캐스크에서 12~18개월 추가 숙성을 거치고 48%로 병입된다. 증류소는 아일라 섬의 라프로익, 가격대는 10만원 초반. 2021년에 한정판으로 출시됐다가 코어 레인지에 편입됐다고 한다. 도수가 40%에서 48%로 올라간 것만으로도 캐릭터가 확실히 달라진다.
테이스팅 노트

| 구분 | 주요 풍미 |
|---|---|
| 향 (Nose) | 훈제, 라프로익 특유 메디시널(소독약·요오드), 정향·가죽 |
| 맛 (Palate) | 몰티 베이스, 시럽 같은 단맛, 토피·다크 초콜릿, 왁시 질감 |
| 피니시 (Finish) | 긴 피트·스모크 여운, 은은한 셰리, 새 가죽 뉘앙스 |
향 (Nose)
훈제향. 그리고 라프로익 특유의 병원 소독약 냄새가 바로 뒤를 따른다. 개인적으로 이 메디시널한 향이 좋아서 라프로익을 마시는 건데, 셰리 오크 피니시도 이 부분은 확실히 살아있다. 라가불린 16년이 부드럽고 우아한 스모크라면, 이쪽은 좀 더 날것 그대로의 피트다. 정향이나 가죽 같은 뉘앙스도 스모크 사이로 비치는데, 셰리 캐스크의 흔적이다.
맛 (Palate)
예상 외로 달다. 피트 위스키에서 이 정도 단맛이 나올 줄은 몰랐다. 몰티한 풍미가 기본에 깔리면서 시럽 같은 달콤함이 혀를 감싼다. 셰리 캐스크 피니시의 역할이 여기서 확실히 드러난다. 토피, 다크 초콜릿 뉘앙스도 있고, 전체적으로 왁시한 질감이 입 안을 채운다. 하트 브라더스 피티드가 드라이하게 밀어붙이는 타입이라면, 이건 피트 속에서 단맛이 공존하는 스타일이다.
48도라는 도수가 이 위스키에 딱 맞는다는 생각이 든다. 40도였으면 이 복합미가 다 살아났을까 싶기도 하고.
피니시 (Finish)
피니시는 꽤 길다. 피트와 스모크의 여운이 오래 남으면서, 그 위로 셰리의 흔적이 은은하게 스친다. 셰리가 앞에서 주장하는 게 아니라 뒤에서 복합성을 더해주는 느낌이다. 가장 인상적인 건 새 가죽 같은 향이 아주 은은하게, 길게 이어진다는 점이다. 코 뒤쪽으로 올라오는 이 가죽 뉘앙스가 꽤 독특하다. 내 생각엔 이 피니시가 일반 라프로익 10년과 가장 크게 차이나는 부분이다.
셰리 캐스크가 라프로익의 메디시널한 캐릭터를 덮어버리는 건 아닐까 걱정했는데 기우였다. 라프로익은 라프로익이다. 셰리가 복합성을 한 겹 더 얹어준 느낌. 10만원 초반대에 48도 셰리 피니시 싱글몰트라면 나쁘지 않은 가격이라고 본다.
아일라 위스키가 처음이라면 이 병으로 시작하는 건 좀 과할 수 있다. 피트가 덜한 부나하벤 12년이 입문용으로는 더 낫다. 하지만 라프로익의 그 병원 냄새가 이미 좋은 사람이라면, 셰리 오크 피니시는 꽤 만족스러운 변주다. 피트 없는 순수 셰리 캐스크 위스키들과의 비교는 셰리 캐스크 위스키 공통점 정리를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