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스키,

[셰리] 아란 셰리 캐스크 CS 리뷰

위린이 위린이 ㆍ 수정 3 mins read
[셰리] 아란 셰리 캐스크 CS 리뷰

셰리 캐스크 위스키를 고를 때 보통 떠올리는 이름들이 있다. 맥캘란, 글렌드로낙, 아벨라워 아부나흐. 그런데 이 라인업에 슬쩍 끼어들어서 존재감을 드러내는 병이 하나 있다. 아란(Arran) 셰리 캐스크. 별명은 “더 보데가(The Bodega)”. 퍼스트 필 올로로소 셰리 혹스헤드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숙성하고, 캐스크 스트렝스 55.8%로 병입한 녀석이다. 논칠필터드에 무착색. 꾸밈없이 통에서 꺼낸 그대로를 담았다.

아란 증류소는 스코틀랜드 서쪽 아란 섬 북단 로크란자에 있다. 1995년에 해롤드 커리가 아란 섬에서 150여 년 만에 위스키 증류를 부활시키겠다고 세운 곳이라고 한다. 산에서 내려오는 연수가 가볍고 깔끔한 스피릿 캐릭터를 만들고, 남단에는 피티드 전담 래그 증류소도 같이 운영 중이다. 아일랜즈 위스키 중 유독 밝고 과일향이 풍부한 스타일로 통한다.

“더 보데가”라는 별명은 셰리 와인 숙성 저장고를 뜻하는 스페인어에서 왔다. 스페인 헤레스산 퍼스트 필 올로로소 셰리 혹스헤드만으로 전량 숙성 - 피니싱이 아니라 풀 매추레이션이다. 캐스크를 유러피안 오크 대신 아메리칸 오크 혹스헤드로 골랐는데, 아란 스피릿이 가벼운 편이라 아메리칸 오크의 바닐라와 캐러멜 뉘앙스가 더 잘 어울린다.

아란 셰리 캐스크 테이스팅 노트

아란 셰리 캐스크 캐스크 스트렝스 55.8% 테이스팅

색부터 짙은 호박색이다. 무착색인데 이 색이면, 셰리 캐스크가 꽤 열심히 일한 거다. 건무화과와 건크랜베리가 지배적이고, 그 뒤로 오렌지 필의 시트러스함이 따라온다. 꿀과 브라운슈거의 달콤한 층이 깔려있고, 시나몬과 생강의 따뜻한 스파이스가 코끝을 톡톡 건드린다. 55.8%인데 알코올 자극이 생각보다 순하다. 논칠필터드 특유의 풍성한 아로마가 잘 살아있는 편.

말린 자두와 건포도. 진한 단맛이 먼저 치고 들어온다. 그런데 아부나흐처럼 묵직하게 내리누르는 스타일은 아니다. 셰리의 건과일 풍미 사이로 아란 스피릿 특유의 밝은 과일감이 비치는 게 내 생각엔 이 위스키만의 매력이다. 다크 초콜릿, 넛맥, 약간의 후추 스파이스가 중반부에 올라오고, 바디는 생각보다 두텁다. 점성이 있는 오일리한 질감이 입안을 감싸는 느낌.

물을 살짝 넣으면 감귤류 노트가 더 선명해지면서 초콜릿 오렌지 같은 뉘앙스가 나타난다. 스트레이트로 마실 때와 물을 탔을 때의 차이가 꽤 커서, 두 잔을 따로 세팅해놓고 오가며 마시는 것도 괜찮다.

피니시

클로브와 진저의 베이킹 스파이스가 따뜻하게 남는다. 비터스위트한 다크 초콜릿 여운이 천천히 사라지고. 셰리 캐스크 위스키 치고는 탄닌이 세지 않아서 뒷맛이 깔끔한 편이다. 끝자락에 미세한 소금기 같은 미네랄 느낌이 스치는데, 이게 아란 섬 해양 환경의 영향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름 인상적이다.

아란 증류소 대표 라인업

  • 10년 / 14년 / 18년 - 연수 표기 코어 라인. 10년이 입문용으로 가장 무난
  • 쿼터 캐스크 “더 보시” - 소형 캐스크 가속 숙성 NAS
  • 셰리 캐스크 “더 보데가” - 오늘의 주인공. 퍼스트 필 올로로소 풀 매추레이션
  • 래그(Lagg) 증류소 - 아란 섬 남단의 피티드 위스키 전담 라인

아란 셰리 캐스크에 어울리는 안주

  • 소고기 스테이크 - 55.8%의 강렬한 셰리 풍미가 지방 풍부한 스테이크의 육즙과 좋은 균형
  • 다크 초콜릿 - 아란 셰리 캐스크의 건과일, 스파이스와 진한 카카오가 만나면 디저트급 페어링

아란 셰리 캐스크 캐스크 스트렝스 한마디

셰리 캐스크 스트렝스인데 이렇게 밝고 과일 향이 살아있는 위스키는 좀 드물다. 글렌알라키 10년 CS나 아부나흐가 묵직한 셰리의 정면 승부라면, 아란은 셰리의 진한 맛 위에 자기만의 밝은 과일 캐릭터를 얹어서 좀 다른 결의 매력을 보여준다. 트레이더스에서 9만 후반에 챙겨왔는데, 셰리 CS 카테고리에서는 합리적인 편이다. 셰리 캐스크 라인업을 넓히고 싶다면 추천한다. 두 달쯤 지난 시점에 아부나흐 배치 84와 한 자리에서 비교 시음도 따로 기록해뒀는데, 같은 고도수 셰리라도 결이 꽤 갈렸다. 글렌파클라스 15년이나 부나하벤 12년 같은 셰리 계열과 나란히 놓고 마셔보면 차이가 더 선명하다. 셰리 캐스크 위스키 전반의 향과 맛 패턴은 셰리 캐스크 위스키 공통점 정리에 정리해뒀다.

총평: ★★★★★ ★★★★★ 3.7점
위린이

Written by ✍️ 위린이

위스키 테이스팅, 자동차, 투자ㆍ부동산, 맛집, 개발을 기록하는 위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