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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 시음] 글렌모렌지 더 넥타 16년 vs 디 인피니타 18년

위린이 위린이 4 mins read
[비교 시음] 글렌모렌지 더 넥타 16년 vs 디 인피니타 18년

더 넥타 병이 손가락 두 마디 정도밖에 안 남았을 때, 인피니타를 새로 들였다. 한쪽은 거의 매일 한 잔씩 마셔서 향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외울 정도가 됐고, 다른 한쪽은 박스를 막 뜯어 처음 따른 잔이었다. 비교를 하려고 일부러 벌인 자리는 아니었는데, 두 잔이 나란히 놓이니까 같은 증류소에서 나온 술이 이렇게까지 다른 데로 갈 수 있구나 싶어서 메모를 남기게 됐다.

가격대도 묘하게 갈렸다. 넥타는 거의 다 마신 시점에 다시 보니 12.5만 원 정도, 인피니타는 19만 원 후반대. 같은 글렌모렌지 라인업 위쪽인데 7만 원 가까이 차이가 난다.

글렌모렌지 더 넥타 16년과 디 인피니타 18년 비교

같은 출발점, 다른 분기

두 병 모두 글렌모렌지 키 톨 스틸에서 나온 원액이다. 글렌모렌지 키가 스코틀랜드에서 가장 큰 축에 든다는 얘기는 이미 더 넥타 단독 리뷰에서도 짚었는데, 두 잔을 같이 마셔보면 그 베이스가 공유된다는 게 확실히 느껴진다. 둘 다 일단 깔끔하고 가벼운 하이랜드 톤이 깔려 있다.

분기점은 캐스크다. 넥타는 버번 14년 뒤에 스위트 화이트 와인 4종(소테른, 몽바지약, 모스카텔, 토카이)으로 2년을 더 보낸다. 전량을 디저트 와인 쪽으로 끌고 간다. 인피니타는 버번에서 15년을 보내고, 그중 30%만 올로로소 셰리 캐스크에서 3년을 더 묵혔다가 70:30으로 다시 합쳐 병입한다고 한다.

같은 곳에서 출발해 한쪽은 “디저트 와인 4종을 전부 입혔다”, 다른 한쪽은 “드라이 셰리를 일부만 더해 균형을 맞췄다”는 식이라 결과물의 방향이 갈릴 수밖에 없다.

더 넥타 16년 - 화사함이 베이스

향에서 가장 먼저 잡히는 건 몰티함이다. 그 위로 무화과, 화사한 꽃, 허브가 따라 오고, 끝에 오렌지 필이 살짝 스친다. 와인 피니시인데도 단내가 정면에 나서지 않고 곡물 향이 중심을 잡는다는 점이 이 술의 인상을 만든다.

맛은 몰티함과 꿀물로 시작해서 약간의 스파이스가 지나가고, 그 뒤에 건과일이 도드라진다. 본격 셰리 위스키처럼 진하지는 않은데, 셰리 비슷한 결이 아주 살짝 묻어 나온다. 4종 와인 피니시가 만든 그라데이션이라고 봐도 되겠지 싶다.

피니시는 이 술의 진짜 강점이다. 몰티함을 베이스에 깔고, 그 위로 다채로운 꽃과 과일 향이 한참 머물러 있다. 평일에 한 잔 따라 두고 천천히 흘려보내기에 이만한 게 없다.

다시 한 모금 머금어도 결국 머리에 남는 건 화사함과 프루티함이다. 무화과의 단단한 단맛이 받쳐주고, 그 사이로 잘 익은 살구 같은 핵과류 톤과 가벼운 시트러스가 번갈아 올라온다. 꽃향이 깔린 들판에 과일 바구니를 올려둔 듯한 인상이라, 화이트 와인 4종이 깔아둔 결이 향-맛-피니시 어느 구간에서도 끊기지 않고 이어진다. 내 입장에서는 “프루티한 위스키가 뭐냐”고 물었을 때 한 잔 내밀기 좋은 후보로 떠오른다.

디 인피니타 18년 - 바디감의 술

향은 의외로 단정했다. 오렌지 필이 가장 두드러지고, 그 뒤에 기분 좋은 허브 향이 깔린다. 다른 사람들은 이 술의 향에서 굉장히 복합적인 인상을 받는다고 하던데, 내 코로는 솔직히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깊이는 있는데 펼쳐지는 폭이 향에서는 그렇게 크지 않았다.

맛에서 분위기가 바뀐다. 약간의 스모키함이 깔리고, 몰티함과 견과류가 다채롭게 펼쳐진다. 단독 시음 때 인피니타 단독 리뷰에서 적었던 인상과 비슷하게, 입에 머금고 굴리면 굴릴수록 갈라지는 결이 더 보인다.

피니시에서 건과일과 아주 약한 셰리 향이 올라온다. 우드와 약한 스모키도 함께 따라온다. 셰리 30% 블렌딩이라는 게 이 정도 톤으로 나오는구나 싶었다. 본격 셰리 폭격을 기대한다면 살짝 어긋날 수 있는데, 셰리 캐스크 위스키의 공통 노트 중에서도 드라이 셰리 쪽 결을 살린 케이스로 보는 게 맞다.

한 줄로 요약하자면 더 넥타보다 화사함은 덜 하지만, 크리미한 달콤함과 스모키가 한 겹 더 첨가된 느낌이다. 같은 글렌모렌지 베이스인데 살짝 더 무겁고 어두운 쪽으로 끌어내려놓은 인상이라, 들었다 놨다를 반복하게 된다.

도수와 바디감이 뒤집힌다

두 잔을 번갈아 마시다 보니 이상한 지점이 있었다. 넥타가 46%, 인피니타가 43%로 도수는 넥타가 3도 더 높다. 보통 도수가 높으면 입에서 더 묵직하게 깔리는데, 이 둘은 반대였다. 인피니타 쪽이 더 묵직하고, 넥타 쪽이 더 가볍게 흘러간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캐스크 차이가 클 듯하다. 넥타는 디저트 와인 4종이 전량에 올라타면서 향과 화사함을 끌어올린 대신 무게는 가져가지 않은 느낌이고, 인피니타는 18년이라는 시간과 올로로소 30%가 텍스처 쪽에 무게를 실어준 듯하다. 어차피 내 짐작이라 정확한 메커니즘은 모르겠는데, 마실 때 분명히 차이가 났다.

캐스크 구성이 바디감에 영향을 주는 인상은 맥캘란 12 vs 글렌드로낙 12 비교에서도 비슷하게 받았다. 도수보다 캐스크 쪽이 입에서 받는 무게에 더 직접적으로 작용한다는 게 내 입장에서 본 두 비교의 공통점이다.

가격을 떼고 봤을 때

복합성만 따지면 인피니타가 미세하게 앞선다. 입에 머금고 굴렸을 때 갈라지는 결이 한 겹 더 있다. 18년 + 셰리 30%가 만든 차이라고 본다.

다만 가격을 빼고 봐도 내 입맛에는 넥타가 더 좋았다. 화사함과 피니시의 길이가 내 취향에 더 맞았다. 인피니타가 더 잘 만든 술일 수는 있는데, 잔에 따라놓고 한 시간 동안 손이 더 가는 쪽은 넥타였다.

가성비는 굳이 말할 것도 없다. 12.5만 원짜리와 19만 원 후반대를 같이 놓고 6.5만 원 차이를 인정할 만큼 인피니타가 압도하느냐, 그건 아니었다. 7만 원이면 넥타를 다시 한 병 더 살 수 있는 돈이다.

마무리

넥타가 떨어지면 다음 병으로 또 넥타를 들일 가능성이 높다. 인피니타는 천천히 마시면서 처음엔 잡히지 않았던 향의 복합성이 점점 보이는지 더 두고 볼 생각이다. 두 술 다 좋은데, 좋은 방향이 다르다는 게 비교 시음의 결론이다. 글렌모렌지 라인업에 처음 들어오는 입장이라면 가격과 취향 적중률을 같이 놓고 봤을 때 더 넥타 쪽이 좀 더 무난한 출발점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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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 위린이

위스키 테이스팅, 자동차, 투자ㆍ부동산, 맛집, 개발을 기록하는 위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