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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친구들과 러싱배와 레어 브리드를 블라인드로 마신 적이 있다. 그때는 구분이 쉽지 않았다. 둘 다 와일드 터키 증류소에서 나오는 고도수 버번이고, 도수와 질감도 비슷한 방향이라 누가 누군지 헷갈렸다. 그 자리에서 다음엔 레어 브리드까지 같이 놓고 마셔보고 싶다고 적어뒀던 게 떠올라서, 두 잔을 따로 잡아 진지하게 비교해봤다.
러셀 리저브 싱글배럴은 110프루프(55%), 논칠필터드, 에디 러셀이 직접 고르는 단일 배럴. 와일드 터키 레어 브리드는 116.8프루프(58.4%), 논칠필터드, 6ㆍ8ㆍ12년 원액을 블렌딩한 배럴 프루프다. 두 병 다 오픈한 지 시간이 좀 지나서 향이 충분히 열린 상태였다.

왜 이 두 병인가
같은 와일드 터키 증류소가 110프루프 이상 논칠필터드 버번을 두 갈래로 풀어낸다는 점이 비교의 출발이다.
- 러싱배: 110프루프(55%), 단일 배럴. 에디 러셀이 웨어하우스 위층 배럴을 골라 한 통의 맛을 그대로 병에 담는다고 한다. NAS.
- 레어브리드: 116.8프루프(58.4%), 6년ㆍ8년ㆍ12년 원액 블렌딩. 에디 러셀이 매년 블렌딩 비율을 조정해 맛의 큰 그림을 정한다고 한다.
증류소 공통 조건(낮은 배럴 엔트리 프루프 115, 차드 화이트오크, 논칠필터드)이 거의 같다. 단일 배럴 한 통의 맛을 그대로 살리는 쪽과, 여러 연수를 섞어 한 그림으로 만드는 쪽이 갈리는 지점.
가격은 우성그린마트 라인의 기준가가 비슷한 흐름인데, 내가 직접 산 가격은 러싱배 10만 원 언저리, 레어브리드 7만 원 언더. 약 3만 원 차이가 났고, 이 3만 원이 결론에 꽤 영향을 줬다.
러싱배 vs 레어브리드 비교표
| 항목 | 러셀 리저브 싱글배럴 | 와일드 터키 레어 브리드 |
|---|---|---|
| 도수 | 55% (110프루프) | 58.4% (116.8프루프) |
| 숙성 | NAS, 단일 배럴 | 6/8/12년 블렌딩 |
| 향 | 몰티함, 바닐라, 견과류, 전반 달달 | 다크초콜렛, 흑설탕, 견과류 |
| 맛 | 머금을수록 도드라지는 탄닌감, 옅은 단맛ㆍ스파이스 | 달달함, 진한 오크, 허브와 스파이스, 가벼운 탄닌 |
| 피니시 | 약간의 아세톤, 향신료 | 다크초콜렛 이어짐, 곡물, 따뜻함 |
| 바디 | 풀바디, 탄닌감이 끝에 자리 잡음 | 묵직, 향의 단맛이 피니시까지 이어짐 |
도수 차이 3.4%P. 두 잔이 같은 결인 건 맞는데, 진하기에서 차이가 좀 났다는 게 첫 인상이다.
비교 시음 - 향
먼저 레어브리드부터. 다크초콜렛이 먼저 올라온다. 향만 맡아도 달다는 게 느껴지고, 그 아래 흑설탕 같은 묵직한 단맛이 한 겹 더 있다. 견과류도 같이 깔리는데, 전반적으로 카카오와 검은 단맛 쪽으로 인상이 잡힌다. 116.8프루프인데 알코올보다 단맛이 먼저 오는 게 좀 의외였다.
잔을 러싱배로 바꾸면, 결이 비슷한데 다크초콜렛이 빠지고 그 자리에 바닐라가 들어간 느낌이다. 몰티함이 깔리고, 견과류는 그대로 있다. 전반적으로 달달한 인상은 유지되는데, 향의 중심이 카카오에서 바닐라로 바뀐 정도가 두 잔의 가장 큰 차이 같다.
향만 보면 같은 결로 보인다. 다크초콜렛이 바닐라로 바뀐 정도의 차이.
비교 시음 - 맛
레어브리드는 한 모금에 달달함이 정면에서 와 닿는다. 그 뒤로 오크향이 입 안 가득 퍼지고, 허브와 스파이스가 한 박자 늦게 올라온다. 끝자락에 가벼운 탄닌이 살짝 깔리는데, 묵직하게 누르는 정도는 아니다. 달달함부터 시작해서 오크, 허브와 스파이스, 가벼운 탄닌까지 한 모금 안에 차례대로 올라오는 느낌이다.
러싱배로 넘어가면 입 안에 머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탄닌이 도드라진다. 길게 머금을수록 단맛보다 탄닌이 더 남는다. 달달함과 스파이시함은 레어브리드 쪽이 더 진하고, 러싱배는 그보다 조금 약하다. 같은 결, 같은 순서인데 전체적으로 좀 더 옅다.
같이 마시면 향에서 받은 인상이 그대로 이어진다. 같은 결, 다른 진하기. 레어브리드가 매번 좀 더 진하게 느껴진다.
비교 시음 - 피니시
피니시에서 두 잔의 차이가 가장 크게 느껴졌다.
레어브리드는 향에서 잡혔던 다크초콜렛이 피니시까지 그대로 이어진다. 그 위에 곡물의 고소함이 한 겹 더 깔리고, 마지막은 따뜻함이다. 향에서 잡힌 단맛이 피니시까지 남아 있어서, 한 잔이 끝났다는 감각이 늦게 온다.
러싱배 피니시는 약간의 아세톤이 먼저 올라온다. 그 뒤로 향신료가 깔리는데, 단맛이나 다크초콜렛 같은 묵직한 잔향은 없다. 향의 달달함이 피니시까지 이어지지 않고, 피니시에서 한 번 결이 바뀌면서 아세톤이 앞에 선다.
피니시까지 보면 차이가 가장 크다. 방향이 달라진 건 아니고, 레어브리드가 향의 단맛을 피니시까지 끌고 간다는 게 더 잘 보였다.
그래서 어느 쪽인가
두 잔이 같은 결인 건 맞는데, 맛만 두고 봐도 내 입엔 레어브리드 쪽이 더 좋았다. 향에서는 다크초콜렛과 흑설탕이라는 진한 첫 인상이 있고, 맛에서는 달달함과 스파이스가 더 진하고, 피니시에서는 향의 단맛을 그대로 끌고 간다. 러싱배도 같은 결을 따라가지만 어디서나 좀 더 약하다. 맛만으로도 레어브리드 쪽으로 손이 갔다.
여기에 가격 3만 원 차이까지 얹으면 결정이 더 쉬워진다. 갓술이라고 불리는 이유가 보인다. 7만 원 언더에 116.8프루프, 6/8/12년 블렌딩, 논칠필터드, 그리고 다크초콜렛에서 시작해 피니시까지 끌고 가는 정석적인 버번 맛까지 들어 있다. 러싱배는 단일 배럴이라는 강점이 있지만, 맛이나 가격에서 레어브리드를 따라잡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맛도 가격도 내 입엔 둘 다 레어브리드 쪽이다. 한 병만 산다면 레어브리드. 와일드 터키 증류소가 만들어내는 고도수 논칠필터드 버번 느낌이 이 안에 다 있는 것 같다. 러싱배는 단일 배럴이라 배럴마다 맛이 미세하게 달라진다는 점이 궁금할 때 정도로 본다.
납 크릭 9년과 러싱배 비교에서 적어뒀던 세 잔 비교가 이렇게 이어졌다. 셋 다 50% 안팎이라 40%대 버번의 밍밍함이 없고, 각자 다른 방향으로 켄터키 버번의 폭을 보여준다. 같은 와일드 터키 증류소의 다른 결이 궁금하다면 와일드 터키 12년, 캐스크 스트렝스의 다른 방향이 궁금하다면 셰리 캐스크 스트렝스인 아벨라워 아부나흐도 같이 놓고 봐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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