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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 시음] 벤로막 10년 vs 벤로막 15년

위린이 위린이 5 mins read
[비교 시음] 벤로막 10년 vs 벤로막 15년

벤로막 10년을 거의 비워갈 즈음 벤로막 15년을 들였다. 10년 잔량 두 잔 중 한 잔을 따로 빼두고, 15년과 나란히 놓고 마셔봤다. 같은 라벨, 도수 43%, 약피트 + 셰리 라인 - 5년의 추가 숙성이 같은 출발점에서 얼마나 다른 곳으로 끌고 가는지 보고 싶었다.

벤로막 10년과 벤로막 15년 비교 시음

10년은 오픈 3개월 차, 15년은 며칠 전 갓 딴 잔. 시간이 비대칭이지만 10년 쪽은 마침 에어레이션이 충분히 된 시점이라 두 잔 다 안정적으로 열려 있는 상태였다.

두 병 어떻게 갈리는가

같은 약피트(10~12ppm)에 퍼스트 필 버번ㆍ셰리 캐스크 숙성이라는 기본 구성이 동일하다. 15년은 같은 큰 방향을 5년 더 끌고 가는 병이다. 도수 43%, 무색소도 같다. 구성보다 시간과 농도의 차이를 보는 비교다.

가격은 두 배 넘게 벌어진다. 우성그린마트 기준 10년 6만 원대 후반, 15년 16만 원대. 라인업 위로 한 칸 올라가는 비용이다.

항목 벤로막 10년 벤로막 15년
캐스크 퍼스트 필 버번 + 셰리 퍼스트 필 버번 + 셰리, 15년 숙성
도수 43% 43%
밝은 황금색 한 톤 더 진한 호박
향 방향 약한 황 노트, 청사과, 약한 피트, 셰리 동시 꿀사과ㆍ시럽, 스파이스, 부즈, 밸런스형
맛 방향 몰트 단맛 지배, 스파이스 거의 없음 셰리+몰트 단맛 공존, 오일리한 바디
피니시 새 가죽 + 은은한 스모키 스모키 두드러짐, 끝에 피티함
가격(우성) 6만 원대 후반 16만 원대

벤로막 10년 - 약피트 입문의 얼굴

벤로막 10년 싱글몰트 위스키

스페이사이드에서 약피트를 거의 유일하게 유지하는 증류소의 간판. 1898년에 세워졌다 1983년 문을 닫고, 고든 앤 맥페일이 1998년 재개장하면서 처음 낸 코어 보틀이다. 단독 리뷰는 여기. 6만 원대 후반에서 약피트 + 셰리를 같이 잡는 자리에 있다는 게 정체성이다.

벤로막 15년 - 같은 결을 한 톤 더

벤로막 15년 싱글몰트 위스키

10년과 같은 큰 캐스크 방향을 5년 더 끌고 간 라인. 약피트는 그대로다. 단독 리뷰는 여기. 16만 원대, 두 배 살짝 넘는 가격이다.

비교 시음 - 향

10년부터. 오픈 3개월 차라 저숙성 특유의 약한 알콜감이 깔리지만 강하진 않다. 셰리와 스모크가 동시에 입구를 친다. 그 사이로 셰리 특유의 은은한 황 노트가 살짝 비친다. 불호하는 방향인데 이 정도면 양호하다. 더 강했으면 글렌파클라스 15년이나 로얄 브라클라 12년 얘기가 됐을 텐데, 10년은 그 선 한참 앞에서 멈춘다. 청사과 같은 밝은 과실이 따라오고, 약한 피트가 받쳐준다. 더 두고 코를 대면 황 노트와 스모키가 걷히면서 사과주스 쪽 단 향이 남는다.

15년으로 바꾸면 같은 라인을 한 단계 키운 인상이다. 10년의 향 프로파일이 작은 육각형이라면, 여섯 방향으로 한꺼번에 커진 느낌. 스파이스, 알콜 부즈, 스모키, 셰리 모두 농도가 올라가 있다. 10년에서 비쳤던 황 노트는 깎여서 사라졌고, 과실도 청사과 대신 농익은 꿀사과 - 더 진하게 보면 시럽 - 쪽이다. 스모키가 진해졌다고 해서 튀거나 지배적으로 나서지는 않는다. 달달한 향이 살짝 앞에 있고 그 사이로 은근한 스모키가 빈 공간을 채워주면서 복합성을 올린다. 거슬리는 노트가 하나도 없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다.

향만 놓고 보면 갈라지는 지점이 두 개다. 황 노트 유무, 과실이 청사과냐 꿀사과ㆍ시럽이냐. 같은 약피트인데 한 칸 위로 올라가면 거슬리는 결은 깎고 농축은 끌어올린다.

비교 시음 - 맛

여기서 인상이 크게 갈린다.

10년 한 모금. 첫인상이 밋밋하다. 오픈한 지 꽤 된 탓인지 스파이스가 거의 없다. 몰트 단맛이 지배적이고, 옆에 셰리 단맛이 살짝 따라온다. 향에서 받았던 입체감이 입에서는 한 톤 가라앉는다. 처음 마셨을 때보다 임팩트가 줄긴 했지만, 같은 가격대에서 받은 인상치고는 충분하다.

15년으로 넘어가면 입 안의 정보량이 단번에 늘어난다. 직관적으로 달다. 셰리 단맛과 몰트 단맛이 서로 밀어내지 않고 공존한다. 몰티함이 강하게 다가오는데, 싱글몰트의 장점을 그대로 들고 온 결이다. 도수는 10년과 같은 43%인데 바디감은 한 단계 위다. 오일리한지 크리미한지 질감 자체가 두툼하다. 탄닌감이 살짝 더 있었으면 완벽했을 텐데 그 부분만 약하게 아쉽다.

같이 마시면 “몰트 단맛 한 결로 끝나는 10년 vs 셰리ㆍ몰트ㆍ오일리한 바디까지 가는 15년” 구도가 선명하게 잡힌다. 10년 잔량이 줄어든 시점이라는 변수는 감안해야 한다.

비교 시음 - 피니시

피니시는 향에서 시작된 갈라짐이 끝까지 이어진다.

10년 피니시는 초반에 달달한 향이 먼저 자리잡는다. 과일 쪽 인상에 가깝다. 스모키는 처음엔 안 잡히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은은한 새 가죽 + 스모키가 천천히 올라온다. 라가불린 16년처럼 묵직한 가죽은 아니다. 코를 잔에서 약간 떼고 새 가죽 냄새 맡는 정도의 거리감 있는 스모키. 괜찮다.

15년 피니시는 정반대다. 셰리보다 스모키가 두드러진다. 만족스러운 결의 스모키. 그 뒤로 끈적한 셰리가 옅게 따라오고, 더 뒤쪽에서 오크 노트가 살짝 잡힌다. 시간이 지나면 피트향이 본격적으로 올라오는데, 10년의 가죽스러운 스모키가 아니라 진짜 피티함 - 좋아하는 병원 냄새 - 으로 다가온다. 마무리까지 들고 가는 정보량이 한 단계 위다.

같이 마시면 피니시의 두께와 길이에서 가격 차이가 어디로 갔는지가 가장 잘 보인다. 향과 맛이 갈라진 폭보다 피니시가 더 크게 갈라진다.

5년의 차이가 두 배 가격을 정당화하는가

같은 라인 안에서 한 톤 더 진하게 갔다. 거기서 끝이면 두 배 가격이 비쌌을 텐데, 15년은 그 위에 거슬리는 결을 깎는 작업까지 같이 해놨다. 황 노트가 사라지고, 청사과가 꿀사과로 밀리고, 피니시에서 약했던 스모키가 진짜 피티함으로 자리잡는다. 단순한 농축이 아니라 방향까지 조금 바뀐 구성이다.

10년은 6만 원대 후반에서 약피트 + 셰리를 같이 잡는다는 게 정체성이고, 같은 가격대 보유 중인 벤리악 12년, 납 크릭, 까뮤 VSOP, 일리악 캐스크 스트렝스, 조니워커 그린 라벨 15년을 다시 놓고 골라봐도 복합성을 챙기는 건 10년 쪽이다. 다음 후보는 납 크릭. 같은 가격대에서 복합성을 한 잔에 깔아주는 위스키가 흔치 않다.

15년은 같은 가격대인 글렌알라키 15년, 글렌알라키 10년 캐스크 스트렝스, 듀어스 18년 미즈나라 캐스크와 겹친다. 글렌알라키 15년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데, 그쪽은 셰리 단맛 한 결에 몰빵한 술이다. 직관적으로 맛있지만 다양한 즐거움을 한 잔에 깔아주진 않는다. 다시 산다면 벤로막 15년.

라인 위쪽은

벤로막 21년 가격은 15년의 두 배 조금 넘는 자리, 스프링뱅크 10년과 비슷하다. 둘 다 먹어본 적 없는데 굳이 고르라면 21년 쪽이 더 끌린다. 같은 결을 한 톤 더 끌어올린 술의 위쪽이 어떻게 생겼는지 확인해보고 싶다. 가성비만 놓고 보면 라인업 베스트는 15년이라는 생각이 자꾸 든다. 6만 원대 → 16만 원대 점프에서 받는 정보량 증가가 두 배보다 더 크게 느껴진다. 약피트와 셰리가 같이 가는 캐스크 구성을 쓰는 증류소가 흔치 않다는 점도 같이 깔린다. 셰리 캐스크 위스키들이 공유하는 결은 셰리 캐스크 위스키 공통 테이스팅 노트에 따로 정리해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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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 위린이

위스키 테이스팅, 자동차, 투자ㆍ부동산, 맛집, 개발을 기록하는 위린이